'시총 3조' 서울보증보험, 공기업 IPO 잔혹사 떨쳐낼까

      2022.09.03 05:00   수정 : 2022.09.03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3년 만에 추진되는 공기업 상장을 두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일단 시가총액이 3조원 내외로 평가되는 만큼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단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냉각기를 맞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이렇다 할 주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든데다 회사가 투기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내년 상반기 입성 목표…주관사 미래에셋·삼성증권 선정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8월 18일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 진행하고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공공 대표 주관사로 낙점했다. 앞서 지난 7월말 미래에셋·삼성증권을 비롯해 NH투자·한국투자·KB증권 등 5개사를 숏리스트로 추린 이후 최종 2곳을 결정한 셈이다. 목표 상장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서울보증보험 상장의 목적은 공적 자금 회수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친 후 위태로웠던 서울보증보험에 총 10조2500억원을 수혈했다.
지금까지 상환우선주, 배당 등을 통해 4조3483억원(회수율 42.4%)을 거둬들였으나, 여전히 5조9017억원이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제205차 회의에서 심의·의결한 ‘서울보증보험 지분매각 추진계획’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 상장을 통해 최대주주(지분율 93.85%)인 예금보험공사가 가지고 있는 주식 가운데 10%를 우선 매각(구주매출)할 계획이다. 이후 2~3년에 걸쳐 경영권을 제외한 지분 33.85%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입찰 등을 통해 팔아 단계적으로 공적 자금을 환수할 예정이다.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청산 시한(2027년말)이 가까워옴에 따른 조치다. 상장시켜 주식 시장가격이 형성돼야 향후 추가 지분 매각이 쉬워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이 지속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증시 상장, 소수지분 매각 등 과정에서 안정적 투자 수요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영서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서울보증보험은 정부 규제로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시장 내 우수한 지위를 기반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시현하고 있다”라며 “소수지분 매각이 시장지배력과 경쟁우위를 약화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공모시장 활성화 기대" vs "투기자본에 매각 우려"
서울보증보험의 기업공개가 공모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단 기대가 나오고 있다. 국내 IPO 시장 열기가 식은 상황에서 시가총액 3조원 규모 ‘대어’가 뛰어들게 되면 분위기 전환도 모색해볼 수 있단 판단이다. 시총은 서울보증보험 자기자본 5조원에 손해보험사들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0.5~0.6배를 고려한 전망치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내내 단행한 긴축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서울보증보험 상장을 향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증시에 입성한다 해도 양호한 주가 흐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지난 1월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보로노이(3월)가 증시 입성을 계획을 지웠고 5월에는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3개 기업이 잇따라 상장 절차에서 이탈했다. 현대오일뱅크(7월), CJ올리브영(8월)도 마찬가지다.

‘흥행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음에도 상장을 강행했던 쏘카는 결국 상장 후 8거래일 만에 주가가 6% 가까이 떨어졌다. 올해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상장(1월27일) 이후 지난 1일까지 8.31% 손실률을 가리키고 있고, 두 번째 코스피 입성 종목인 수산인더스트리 주가는 지난 1일 3만1350원에 마감하며 공모가(3만5000원)를 밑돌고 있다.

더군다나 여태 공기업 상장 성공 사례는 찾기 어렵다. 마지막 상장은 2010년 1월 29일 지역난방공사로, 13년 전이다. 정권 교체기 정치권 등 외부 세력 압박에 의해 상장 절차가 중단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등도 상장 추진 명단에 오르내렸으나 사실상 진행이 멈춘 상태다.

공기업 IPO가 극단적 이윤추구 희생양이 될 수 있단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 7월 26일 금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윤만을 추구하는 재벌·투기자본 등에 지분이 매각되면 지난 20여년간 이어져온 서민과 중소기업 중심 보증보험 시스템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자본과 대공장 중심 시스템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증권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미는 IPO를 맡는다는 부분에서 신인도 상승이라는 이점을 챙길 수 있다. 서울보증보험 자기자본 규모가 상당해 공모 규모도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사기업 주관 및 인수와 비교해 수수료가 적다는 게 단점이다. 통상 공기업 IPO는 감사원 감사나 국회 국정감사 등을 감안해 수수료를 낮게 책정한다.
2009년 11월 상장한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수수료율은 0.01%에 그친 바 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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