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큰장에도 웃지 못하는 예비 상장사들
2022.09.12 18:17
수정 : 2022.09.22 13:52기사원문
■오랜만에 나온 '兆'규모 공모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WCP가 오는 14~15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한다.
WCP는 올해 남은 몇 안 되는 '조(兆) 단위 대어'로 꼽힌다. WCP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 이은 국내 2위의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다. 최근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2차전지 분야 유력 소재주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8만~10만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7208억~3조4009억원으로 예상된다.
WCP는 '테슬라 상장(이익미실현기업 특례상장)'을 선택했지만 올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74억원, 180억원으로 실적도 견조해졌다.
알피바이오를 시작으로 선바이오, 플라즈맵, 샤페론 등 4개의 바이오기업들은 이달 공모를 시작한다.
알피바이오는 15~16일, 선바이오는 16~19일 각각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 모델솔루션도 주목할 만한 공모주로 거론된다. 2021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2% 증가한 89억원으로 실적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플라즈맵은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10월 5~6일 수요 예측, 12~13일에 청약을 진행한다.
이밖에 여러 기업이 상장 대기 중이다. 오는 15~16일 KB스타리츠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KB스타리츠는 KB금융그룹에서 낸 첫 공모 부동산투자회사(리츠)다. 최근 물가 및 금리 급등세로 리츠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좋지 않지만 안정적인 임대료 구조를 바탕으로 연 7.8%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약속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자산(IP)기업 오픈엣지는 오는 14일 공모가를 확정한 뒤 15~16일 일반청약을 실시한다. 반도체 IP는 영국 암(ARM) 등 일부 기업만 진출해 진입 장벽과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다만 예상 시가총액이 3126억~3751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매출액(70억원) 대비 낮지 않은 편이다.
■시장 침체·물적분할 규제 어쩌나
증시와 공모시장의 침체된 분위기를 공모주들이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유망한 적자기업들이 쓴 맛을 보면서 상장을 앞둔 '적자 대어'들의 고민이 깊다.
모빌리티 벤처기업 쏘카의 주가는 지난 8일 종가 기준 2만1450원이다. 상장한 지 3주도 되지 않아 공모가 대비 23.37% 하락한 수치다. 상장 전 1조원 이상의 몸값을 자랑하던 유니콘기업 쏘카의 시가총액은 7000억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당장 고민이 큰 곳은 컬리와 11번가다. 컬리는 지난달 22일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IPO 추진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컬리는 지난해 2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1162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까지만 기업가치 4조원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1조원대 후반까지 낮아진 상태다.
11번가도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정하고 IPO를 본격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2·4분기 당기순손실이 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확대된 것이 부담 요인이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쏘카처럼 미래 성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최근 멀티플을 후하게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은 쏘카처럼 공모가를 낮춰서 일단 상장한 뒤 주가를 올리는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물적분할 및 자회사 동시상장시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상장을 준비하던 SSG닷컴도 고민이 깊어졌다. SSG닷컴은 이마트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된 신설법인이다. 개정된 제도에 따라 상장을 하려면 모회사 주주들에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줘야 한다. SSG닷컴은 연내 상장을 추진했다가 시장 침체로 상장을 내년으로 잠정 연기했다. 하지만 규제 걸림돌이 하나 더 생기며 스텝이 꼬이게 됐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