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 재앙적 오판 위험성, 강력 상쇄 정책 나서야
2022.09.15 05:30
수정 : 2022.09.15 06:25기사원문
미국 조야에선 미국이 역내 미사일 방어 역량과 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울러 북한의 핵 능력과 역내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며 미국의 확장억제가 한국 방어에 확실한 신뢰를 주지 못하면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요구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됐다.
미 상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인호프 의원은 13일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이 핵무력을 법제화한 것은 실망스럽지만, 우리가 늘 알고 있던 대로 김씨 정권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공식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미국과 동맹의 역내 미사일 방어 역량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해상 발사 핵 순항 미사일 프로그램과 같은 이미 많이 늦어진 미국의 핵 억지력 강화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우리는 전 세계적인 위협에 대해 조금도 방심해선 안 된다”며 “이것이 북한의 핵 사용 위협을 억지하고 김씨 정권의 도전적 행위에 보상이 주어지지 않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인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의원도 이날 VOA에 “북한의 이번 핵 정책 변화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는 재앙적인 오판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은 바로 이런 이유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와 북한 지도자들과의 조건 없는 만남에 대한 행정부의 의지를 계속 지지한다”며 “북한은 이런 제안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 울프스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민간연구단체인 스팀슨센터가 주최한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 토론회에서 “북한과 북한의 핵 능력이 동맹에 중대한 안보와 정치적 도전을 제기한다”면서 "미국의 역내 확장억제 전략에 주요 도전을 제기하는 첫 번째 요소는 북한과 북한의 핵 능력"이라고 말했다.
울프스탈 전 국장은 또 북한이 러시아가 다른 핵보유국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거나 간섭하려 한다면 그들에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협박한 것처럼, 북한도 러시아의 행동을 따라 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방패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울프스탈 전 국장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미국에 대한 조직화된 장기적 도전은 중국과의 대결이라는 것이 분명하다”며 북한과 함께 중국을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의 장기적인 도전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중국에 맞선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 요구는 여러 면에서 북한에 대응한 한국의 확장억제 제공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울프스탈 전 국장은 '한국은 지난 10~20년 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해왔다'면서 “북한의 위협에 더 초점을 맞추는 한국에선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해 보다 직설적인 대화를 나누기가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기조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다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의 일부에 관해 좀 더 말하기 쉬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울프스탈 전 국장은 또 각종 분쟁과 도전 등이 제기하는 불안정성은 유럽과 한국,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미국이 힘의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많은 핵 억제 분야와 비확산 분야 전문가들은 미국으로부터 어떤 경우에도 한국을 보호하고 방어할 것이라는 신뢰를 한국이 받지 못한다면 독자적인 핵 능력을 개발하겠다는 한국의 욕구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이 확장억제 능력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며 향후 군사와 정치, 경제 분야를 포괄하는 효과적인 역내 동맹 통합 방안을 강구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전문가들은 우선 미국의 확장억지의 틀 안에서 전술핵 재반입과 핵공유와 같은 '핵균형' 정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론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감안한다면, 한국도 이제 '자구책 마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핵무력 법령을 선택함으로써 한국은 이제 북핵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북한과 끊임없이 대화를 추구하고 유화책으로 북한이 비핵화의 장도에 오르게 하는 정책은 분명히 필요하다.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도 그러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핵보유와 핵선제 공격을 법제화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나선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핵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고 북이 핵사용을 억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보다 많은 정책 역량을 투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전략적 이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국지적 도발 감행에 한국은 북핵 때문에 마땅한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어 김 교수는 "북의 핵사용을 저지하고 핵의 전략적 이득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확장억지'가 제대로 발동해야 한다"며 "전술핵 재반입이나 나토식 핵공유 모두 미국 핵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드 하나 들여와 배치하기도 어려운 국내정치적 상황에서 전술핵을 재반입한다고 해도 방호의 문제가 있으며 전술핵을 들여온다고 해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핵공유도 나토식으로 한다면 한·미·일 삼국이 해볼 수 있는데,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극심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또 "한국은 그렇다면 원자력 자주권을 복원해 핵폐기 원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점진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우라늄도 더 고농축으로 농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본은 조용히 이러한 조치를 취해왔기 때문에 사실 마음만 먹으면 굉장히 빠른 시일 안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데 비해 한국은 일본보다 준비가 덜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무장을 당장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유사시 조속한 시일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태세를 구비해 놓아야 한다'며 "이러한 준비는 북한이 핵무기로 누리려고 하는 전략적 이득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자유민주 국가 진영의 책임과 신뢰받는 중견국으로써 국제법적으로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스스로 이러한 태세를 갖추면 오히려 미국의 확장억지 압박·강화에도 힘을 보탤 수 있고, 중국이나 러시아에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라고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확산은 숭고한 가치다. 핵전문가 일각에선 북한의 핵선제 타격 위협은 위협으로 그치지 않는 국가 존속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삶의 질은 그다음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험악해지는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만 모범생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한국도 자강하고 자주국방을 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해보지 않았던 것도 해봐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