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다인 도예작가 "와인과 도자기는 흙과 물의 예술..너무 닮지 않았나요"
2022.09.15 15:05
수정 : 2022.09.15 15: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자기와 와인은 공통점이 많아요. 가장 원초적 자연인 흙에서 시작하는 것도 비슷하고, 수분을 어떻게 다스리는지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도 똑같습니다."
프랑스 론 지방 와이어리 '엠 샤푸티에(M. Chapoutier)'의 북부 론 와인 '레 메이소니에(Les Meysonniers)' 아트 레이블을 제작한 도예 작가 신다인씨를 지난 7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신 작가는 최근 도예 예술계의 떠오르는 신예 작가로 감성적 조형언어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작가는 "좋은 와인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좋은 땅이 있어야 하는데 엠 샤푸티에는 떼루아를 가장 소중하게 다루는 와이너리로 알고 있다"며 "레 메이소니에 라벨에 있는 도자 작품도 떼루아 그대로를 담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대지의 흙 외에는 아무 것도 더하지도 빼지도 않았다"며 "땅의 색깔 그대로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엠 샤푸티에의 철학을 그대로 작품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엠 샤푸티에는 포도 재배 과정부터 와인 양조까지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농법과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을 가장 먼저 도입한 와이너리로 최근에는 와인 제조 유통 과정에서도 지속가능한 자원을 활용하고 있는 친환경 와이너리다.
엠 샤푸티에도 와인의 떼루아와 도자 작품의 흙이 상징하는게 너무도 똑같아 라벨에 도자 작품의 사진이 붙은 것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신 작가의 수많은 작품 중에 왜 이 작품의 사진이 라벨에 붙게 됐을까. 수입사 측은 "신 작가의 작품 5개를 골라 10여개의 사진을 찍어 엠 샤푸티에측에 보냈다"며 "와이너리 측에서는 도자 작품의 차분한 색감과 그림자에 인상을 받았으며, 작품이 가로 배치돼 안정감을 줄 수 있어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자 작품과 그림자가 마치 햇살 강한 론 지방의 포도나무와 잎사귀를 표현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신 작가는 모든 도자 작품에 독특한 구멍이나 틈을 가진 다소 기묘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 작가는 이에 대해 "일상 속에서 만나는 작은 구멍에서 모든 생각이 시작되는데 그 사유의 시작을 표현하고 싶어서 구멍에 천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작가는 또 "엠 샤푸티에 레 메이소니에 라벨에 있는 도자 작품의 구멍이나 홈은 와인과 관련한 기능성을 고려했다"이라며 "라벨 오른쪽 두 개 작품에 있는 작은 구멍은 와인을 걸쳐 놓을 수 있도록 한 것이고, 왼쪽 작품은 가운데 큰 홈을 파 칠링을 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했다.
엠 샤푸티에 레 메이소니에 아트 레이블 와인은 북부 론에서 나는 시라(Syrah) 100%로 만든 알코올 도수 13%의 와인이다. 코르크를 열면 시라 특유의 레드 계열 과실 아로마와 후추향을 닮은 향신료 느낌이 아주 좋다. 입에 넣어보면 아로마도 2차 향도 잔에서 나는 느낌 그대로다. 다만 아로마는 남쪽 론 지방과 다르게 살집이 덜한 대신 아주 꽉 찬 단단함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도예 작품 라벨과 질감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진 후에는 얇은 타닌과 기분 좋은 산도가 이어진다. 새로운 라벨을 단 레 메이소니에 와인은 지난 8월22일 시장에 출시됐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