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사진에 주소도 달라… 구멍 뚫린 '성범죄자 알림e'
2022.09.21 17:49
수정 : 2022.09.21 18:17기사원문
■성범죄자 변경 전 주소가 떡하니
21일 감사원의 '2022 공공앱 구축·운영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해 성범죄자 공개대상자 211명의 주소 및 실거주지 변경정보 등을 관계부처에 제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영향으로 범죄자의 성명, 주소, 사진 등이 공개되는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에 최대 90여일간 잘못된 정보가 기재됐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해 9월 27일 공개 대상자로부터 제출받은 변경된 주소 정보를 88일 지난 같은 해 12월 24일에 법무부로 송부했다. 이로 인해 94일간 잘못된 정보가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에 기재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는 3단계를 거친다. 관할 경찰은 정보 관리 업무를 맡는데, 3개월 등 일정 주기 마다 등록 대상자와 직접 대면해 사진, 주소 등 정보 변경 여부를 확인해 그 결과를 지체 없이 법무부에 송부해야 한다. 법무부는 이중 중범죄를 저질러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에 해당하는 이들의 정보를 여성가족부에 전달한다. 여성가족부는 이를 '성범죄자 알림e'에 게재한다.
하지만 감사 결과 전국 66개 경찰서에서 성범죄자 91명을 외모 확인이 어려운 상태로 촬영하거나 최대 3년 가량 사진을 갱신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지난해 3월 촬영한 성범죄자의 우측 상반신 사진을 누락해 '성범죄자 알림e' 내에는 올해 1월까지 2020년 2월에 촬영한 사진이 게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사진, 주소 등 정보를 늑장 송부했을 뿐더러 대상자가 교정시설에 수감돼 있는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은 사례도 발견됐다"며 "여성가족부가 법무부, 경찰청과 협의해 성범죄자 신상정보 관리방안을 마련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업무 과중에 면책조항 없어
성범죄자 신상 정보 공개 대상자의 변경된 정보에 대한 경찰의 늑장 송부가 잇따르는 배경으로는 정보 관리를 담당하는 일선 경찰서 내 여성청소년 수서 부서의 업무 과중이 꼽힌다.
김지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의 정보 관리를 전담하는 경찰서 내 전담 인력이 매년 늘고 있지만 이들이 성폭력 수사에 대거 투입되다 보니 등록 업무에 대해서는 소홀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선서에서는 관리요원 1명 당 수십 명의 성범죄자 정보 관리를 다루고 있어 업무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A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관할에만 1000여 명의 등록 대상자가 있고 관리직원 1명 당 약 45명을 담당한다"며 "해외의 경우 경찰은 일부 대상자에 한해 정보 관리 업무를 담당하지만, 한국은 사실상 경찰에 그 부담이 몰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 진위여부 확인을 위해 매번 대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상자들이 이를 거부할 때 대처할 권한이 없다 보니 점검 때마다 어려움이 있다"며 "점검 거부 시 이를 해결할 면책 조항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업무가 3개 부처에 분산돼 있어 업무 중복에 따른 비효율성 문제도 제기된다. 김 연구위원은 "등록 대상자의 80%는 이미 법무부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있어 대상자 상당 부분이 중첩돼 행정력 낭비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보 변경 여부에 대한 기관 간 정보 공유가 보다 활발해져 정보 공백 현상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