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뮬리 생태계 위해성 논란 3년 "국가정원도 심는데.."
2022.09.29 13:23
수정 : 2022.09.29 14: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외래식물인 '핑크뮬리'는 2015년 무렵부터 소위 ‘인생샷’의 대표적인 소재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 2019년 12월 생태계 위해성 2급으로 지정되면서 존폐 기로에 몰렸다. 당시 위해성 평가를 내린 국립생태원의 입장과 핑크뮬리의 인기는 현재 어떻게 달라졌을까.
■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지 않아
29일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생태계 위해성 평가 2급' 지정은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반응은 3년 전과는 달리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과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올 가을에도 ‘핑크뮬리’ 군락지를 그대로 조성, 일반에 개방키로 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해성 평가 판정 후 3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지만 위해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생태계 교란종으로도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태화강 국가정원에 조성된 핑크뮬리 밭은 1200㎡ 규모로, 지난 2018년 조성됐다. 하지만 다음해인 2019년 12월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핑크뮬리를 생태계 위해성 평가 2급으로 지정하고 식재 자제를 권고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전남 순천시 순천만 국가정원도 당초 3000㎡ 크기의 핑크뮬리 밭을 약 1500㎡ 규모로 축소했지만 울산시와 같은 이유로 더 이상 없애지 않고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태화강 국가정원 관계자는 “태화강 국가정원과 순천만 국가정원 핑크뮬리는 새로 심은 것이 아니라 예전에 심은 것을 가꾸었을 뿐이다”라며 “이미 조성된 시설을 없애라는 공문과 지침은 받은 바 없다”라고 밝혔다.
■ 핑크뮬리 대신 토종 '동백꽃' 가꾸어
국가정원도 핑크뮬리 밭을 조성하는데 전국의 지자체와 민간정원이 가만있을 리 없다. 10월 잇따른 황금연휴를 앞두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현재 온라인에는 핑크뮬리를 겨냥한 각종 여행상품 홍보가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 안정화와 당국의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일부 민간정원 시설 등에서는 축제까지 재개하고 있다.
핑크뮬리는 미국이 원산지인 볏과 식물로 국내에는 조경용으로 들여왔다. 9월~10월 분홍색 또는 자주색 꽃이 핀다. 독특한 색깔로 인해 ‘인생 사진’ 배경으로 큰 인기를 끌자 전국 각 지자체를 앞 다퉈 대규모 핑크뮬리 군락지 조성에 나섰다. 하지만 생태계 위해성 논란이 일자 일부 지자체는 직접 조성한 핑크뮬리 군락지를 갈아엎거나 식재를 중단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민간정원들은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계속해 군락지를 조성해 왔다.
최근 핑크뮬리를 이용한 관광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제주도와 경남 거제시 등 2~3년 전 토종 생태계 보호를 위해 스스로 핑크뮬리 군락을 갈아엎었던 지자체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울산지역 환경운동단체 한 관계자는 “관광객 유치와 돈벌이를 위해 위해성이 의심되는 외래식물까지 마구 들여오는 것을 정부가 사전 차단하는 조치가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울산대공원의 경우 핑크뮬리 밭을 점차 없애면서 토종 동백나무 숲을 조성하고 있다”라며 “이처럼 국내 생태계 보호를 위해 앞장서 노력하는 지자체와 민간시설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