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IRBM 도발 대응에 '현무-Ⅱ' 1발 낙탄 논란 유감
2022.10.05 20:48
수정 : 2022.10.05 20:56기사원문
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전날 우리 군은 오후 11시쯤 강원도 강릉 인근 공군 A비행단 사격장 해안에서 한미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의 일환으로 동해상 특정 목표물을 향해 '현무-ⅡC' 미사일 1발을 쐈다.
그러나 수직 발사된 이 미사일은 발사지점으로부터 1㎞가량 떨어진 군부대 골프장에 추락했다.
이후 군 당국은 미사일 추락지점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하고 5일 오전 0시50분부터 우리 군과 주한미군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2발씩 총 4발을 동해상을 향해 쏘는 연합사격을 계획대로 수행했다.
이번 연합 미사일 사격은 같은 날 오전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일본 홋카이(北海)도 상공을 지나 태평양을 향해 쏜 데 따른 대응 조치로 이뤄진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한·미 군 당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보다는 그 과정에서 발생한 '현무' 미사일의 낙탄 사고가 이날 하루 종일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서 연합훈련 등을 통해 "동맹의 강력한 대응능력과 결의를 잘 보여줬다"는 한·미 합참의장의 평가 또한 무색해졌고, 군 당국의 후속조치와 그 원인 등을 두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이 낙탄 사고 발생 사실을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즉각 알리지 않은 것 또한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사격 훈련 및 사고 발생 과정에서 인근 지역 주민들은 자초지종을 알지 못해 밤새 불안에 떨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낙탄 이후 지속적으로 연합 지대지 사격이 있어 안전점검을 해야 하는 등 작전 중이었기 때문에 즉각 주민들에게 말씀드리지 못했다"며 "그에 대해 불편을 느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북한이 4일 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 2017년 이후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졌다. 일본 동북부 지역엔 대피 경보가 발령됐다.
특히, 이번 북한이 쏜 IRBM의 비행거리는 4천500여㎞, 고도는 970여㎞, 최고속도 약 마하 17(음속 17배)로 탐지돼 북한이 정상 각도인 30~45도 범위에서 발사한 미사일 중 가장 먼 거리를 날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한·미는 이에 대응해 한미연합 미사일 사격에 앞서 우리 공군 F-15K 전투기 4대와 주한 미 공군 F-16 전투기 4대가 참가하는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을 진행했다.
이번 비행에서 우리 F-15K는 전북 군산 인근의 직도 사격장 내 가상 표적에 공대지 합동 직격탄(JDAM) 2발을 발사하는 정밀폭격 훈련도 했다.
합참은 5일 오전엔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실시된 한·미·일 대잠수함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던 미 해군의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이 이례적으로 회군해 다시 우리 동해 해역에 진입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한다'는 지난 5월 한미정상 간 합의에 기초해 4일 오후 이뤄진 한미 국방장관의 유선협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무-ⅡC는 비교적 최근에 만든 미사일인데 낙탄 사고가 발생한 것에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발사 준비 절차상에 문제가 없었다면 미사일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미사일 전력화 과정이 제대로 검증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이번 사고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시에 낙탄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게 어디냐"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2017년 이후 5년 만의 낙탄 사고라면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고가 안 나면 좋지만, 이 때문에 군을 비판한다면 우리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북한만 의기양양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지난 3월 16일 시험 발사했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이 공중폭발할 당시 파편들이 비처럼 평양시 일대에 쏟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3월 2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신형인 ‘화성-17형’이라는 북한 주장과 달리 기존 ‘화성-15형’으로 분석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또 북한이 3월 16일 쏜 화성-17형이 발사 직후 폭발해 민간인 피해까지 발생하자 체제 동요를 막기 위해 ‘짜깁기 영상’을 내놨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29일 국방위 전체회의 뒤 열린 브리핑에서 “북한이 16일 화성-17형을 발사했는데, 수㎞ 상공에서 폭발했다”고 말했다. 국방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수㎞ 상공에서 육안으로 다 보일 정도로 폭발해 (평양에) 미사일 파편비가 쏟아졌을 정도”라며 “민간인이 놀라고 피해까지 있을 정도로 낮은 높이였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현안 보고에서 북한이 화성 15형을 발사하고도 화성 17형이라고 거짓 보도에 대해 “3월 16일 발사 실패 장면을 평양 주민이 목격한 상황에서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 안정을 위해 성공 메시지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대외적으로는 비행 제원을 기만해서라도 한국·미국과 국제사회에 ICBM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강변하고 협상력을 높일 목적”이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국방부는 이날 국방위에 제출한 현안 보고 자료에서 지난 3월 24일 발사된 북한의 ICBM의 탄종이 신형 화성 17형이 아닌 기존의 화성 15형이었다는 한·미의 공식 평가 내용을 공개했다. 아울러 지난 3월 16일의 화성 17형 폭발 당시 파편이 발생했다고 국방위에 보고했다.
한편, 우리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압도적 대응"을 위해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과 △북한의 공격을 막는 데 필요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그리고 △북한의 공격을 받았을 때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전력 등 '한국형 3축 체계'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