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우디 외교 재검토"..."미 감산자제 요청 묵살"

      2022.10.12 04:12   수정 : 2022.10.12 04: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간 외교 관계에 관해 재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WSJ은 또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5일 하루 200만배럴 감산에 합의하기 전 미 행정부 관리들이 호소한 감산 자제 요청을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에 미국이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이 서면서 외교 수위를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 요청 묵살
WSJ에 따르면 사우디 관리들은 미 관리들의 감산 합의 한 달 연기 요청을 대놓고 거부했다.

소식통들은 5일 오스트리아 빈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국에서 2년만에 첫 대면회의로 열린 이른바 OPEC플러스(+) 각료회의 수일 전 미 관리들이 사우디 관리들과 각자 접촉해 한 달만 감산 결정을 미뤄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에 대해 '노'라는 답만 들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 관리들은 사우디 지도부에 감산 합의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을 든다는 확실한 선택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렇게 되면 이미 약화하고 있는 사우디에 대한 워싱턴의 지지가 더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사우디는 미국의 이런 요구를 묵살했다. 다음달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악재를 피하기 위해 요청하는 정치적 노림수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사우디는 미국의 요구를 묵살하고 대신 동료 회원국들을 설득해 하루 200만배럴 감산을 추진했다.

사우디와 외교 수위 재검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OPEC+ 감산 결정을 이유로 미국과 사우디간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바이든이 "양국간 관계가 필요한 수준에 부합하는지, 미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이 의회와 함께 사우디와 미국간 외교 관계 재정립에 관해 논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 고위 관계자들이 백악관과 의회에 이번 감산과 관련해 사우디에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커비의 발표가 나왔다.

밥 메넨데스(민주·뉴저지) 상원 외교관계 위원장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를 비롯해 양국 협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넨데스 위원장은 "이제 충분하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사우디가 위치를 재정립하기 전까지는 사우디와 어떤 협력에 관한 것도 승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위원들 가운데는 석유 카르텔의 유가 담합을 제재할 수 있는, 카르텔의 면책특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노펙(NOPEC)'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

바이든 사우디 방문, 역효과
사우디는 미국측 반발에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은 감산은 석유시장 안정을 위한 조처라면서 OPEC+가 올해 상당 기간 증산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세계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감산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의 대응은 "다가올 선거를 앞둔 감정적 대응"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바이든이 국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것에 대해서도 사우디내 평가는 다르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든이 7월 빈 살만을 만났지만 사우디가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 외교의 길을 가야 한다는 왕세자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 80년간 미국에 의지하던 외교 관계를 독자 외교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굳다는 것이다.

사우디 정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을 만난 뒤 빈 살만 왕세자가 되레 분노했다.

바이든이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해 왕세자와 사석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카슈끄지는 빈 살만의 지시로 사우디 정보기관이 튀르키예에서 살해했다고 미 정보기관들은 판단하고 있다.

사적인 대화를 공개한 것에 대해 사우디 정부 내에서 바이든에 대한 평가가 일변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그러나 WSJ은 미 정부 관계자들이 사우디 측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그런 조짐은 없었다면서 사우디 측의 핑계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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