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겠어요, 돈 뺄래요" 카뱅서 짐싸는 이용자
2022.10.17 05:00
수정 : 2022.10.17 16: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줄곧 대형은행을 이용하다가 최근 금리 상승으로 예금 상품을 알아보면서 1억원을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파킹통장)에 넣어뒀던 A씨는 주말새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소식을 접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른 카카오 계열사와 달리 카카오뱅크는 별도 데이터센터를 운영해 큰 상관이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돈을 넣어둔 터라 불안해졌다. A씨는 "카카오톡이 종일 먹통이다가 저녁께 카카오뱅크만 로그인이 된다고 해서 세이프박스에 있었던 돈 1억원을 바로 KB국민은행으로 옮겼다"며 "1억원까지 연 2.2% 이자가 붙는다고 해서 한 달 전쯤 잠깐 옮겨놨던 돈인데 보안상 불안해서 다시 주거래 은행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카카오 먹통에 "전산 따로 쓴다지만 불안"
주말새 발생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와 간편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계열 금융사들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 금융 계열사들은 서버를 분산하고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어 이번 장애와는 상관없다는 입장이지만 '돈'이 걸린 소비자들은 불신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6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은행권 등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주말동안 대거 돈을 빼 다른 은행으로 옮기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카카오뱅크로 모임 통장을 관리하거나 일시적으로 큰 금액을 예치해놨던 소비자들이 주말 카카오 전산 장애로 영향을 받았다. 금융사 망 분리로 카카오뱅크 서비스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카카오와 연동된 간편 이체 등 일부 기능이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오픈뱅킹으로 계좌이체한 이용자들
약 1억원 규모의 단체모임 통장을 관리하는 B씨는 주말에 카카오 서버가 마비됐다는 소식에 순간 눈앞이 새까매졌다. 모임의 총무를 맡아 관리하는 모임 통장을 카카오뱅크로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내 잘못은 아니지만, 돈이 없어지면 이런저런 말들과 해결할 일이 얼마나 많았겠냐"며 "내 돈이 아니라서 더 불안했다"고 허탈해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C씨는 카카오뱅크에 전 재산을 넣어놨다가 카카오 서버 장애 발생으로 난감해졌다. C씨는 "강의료, 원고료, 자문비 등등 소소한 돈은 비자금 통장으로 받아 체크카드와 주식투자나 쇼핑, 통신비 등을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며 "사실상 카카오 체크카드를 활용해 일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카카오 전산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C씨는 카뱅에 있던 돈을 '오픈뱅킹 서비스'를 통해 대부분 뺐다. 오픈뱅킹 서비스는 금융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타 금융회사의 계좌 조회와 이체 등이 가능한 금융 서비스다. C씨는 NH농협은행 앱의 오픈뱅킹 기능을 이용해 카뱅 계좌에서 돈을 뺐다. C씨는 "오픈뱅킹으로 카뱅 돈을 뺄 때 OTP 카드가 필요했다"면서 "편리함이 장점이라 세컨드 통장으로 이용하고 있었는데 앞으론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