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의 거목’ 박기정 작가 별세...향년 85세
2022.10.19 08:12
수정 : 2022.10.19 08: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만화가협회 원로회원인 박기정 작가가 18일 낮 12시 22분 향년 85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1937년 만주에서 태어나 1956년 단행본 ‘별의 노래’로 데뷔한 이후 같은 해 ‘중앙일보’의 4컷 만화 ‘공수재’를 연재하며 시사만화가로서의 활동도 시작하였다. 서사만화와 시사만화라는 두 분야를 평정한 만화계 대부의 시작이었다.
박 작가의 캐리커처는 ‘인물의 마음을 담은 캐리커처’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캐리커처를 활용한 시사만화에서 정권의 잘못을 날카롭게 비판했고 때로는 시대를 앞서 나가는 촌철살인의 혜안을 보였다. 이러한 탁월함과 작가의 성실함이 더해져 33년 3개월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 신문사(중앙일보)에서 만평과 캐리커처를 담당하며 시사 만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기정 작가는 1960년대 초반, ‘은하수’, ‘들장미’와 같은 감성적 만화에서부터 ‘도전자’, ‘황금의 팔’, ‘레슬러’와 같은 스포츠 만화, ‘폭탄아’와 같은 액션 만화, ‘치마부대’같은 유머러스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사의 세계를 보여주었고 이 작품들은 한국서사만화 역사의 뿌리가 되고 있다.
‘도전자’의 ‘훈이’와 ‘폭탄아’의 ‘탄이’는 박기정 작가의 대표 캐릭터로서 한국만화 캐릭터 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박기정은 만화 스승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박부성, 이우정, 이상무, 김마정, 이두호, 박흥용 등 그의 문하에서 수학한 제자들은 한국 서사만화의 중추 세력으로 자리매김했고, 모두 다 빼어난 활동을 보이는 작가들이다.
박인하 서울웹툰아카데미 이사장(만화평론가)은 "박기정 선생님은 시사만화와 이야기 만화 두 축에서 든든한 기반이 된 작가다. 1960년대 한국만화가 대중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때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한국만화의 지평을 넓혔다. 어려운 시기마다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으로 공적 임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많은 독자들이 선생님의 작품을 잊지 못하고 만화가 한 명 한 명이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연필을 놓지 않은, 항상 현역으로 활동한 만화가다. 앞으로 계속 선생님의 넉넉한 품이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20일 오전이다. 장지는 경기 남양주 영락동산에 마련됐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