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勢 싸움...둘로 쪼개진 태평로

      2022.10.22 22:18   수정 : 2022.10.23 21: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좋든 싫든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인 점을 인정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지난 22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자 호텔 인근 사거리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촛불집회를 향한 자신의 생각을 이 같이 밝혔다. 퇴역한 육군 장교인 김씨는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완벽하게 잘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취임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과 다른 정치세력이란 이유로 무능과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자세"라고 일침했다.

진보단체와 보수단체가 이날 오후 태평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둘러싸고 맞불 집회를 열며 '세 싸움'을 벌였다.

'무능 무지 거짓말, 윤석열 퇴진'과 '주가조작 허위경력, 김건희 특검', '문재인 강제북송 특검' 등 다소 과격한 표현의 손 팻말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진보세력 "윤석열 퇴진하라"
이날 경찰 등에 따르면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오후 5시부터 태평로 교차로 일대에서 숭례문 교차로까지 '윤석열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오후 5시 기준 경찰 추산 1만6000명이 운집했다.

이보다 약 3시간 빠른 오후 1시 30분부터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가 동화면세점에서 대한문까지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열었다. 오후 3시 30분 기준 경찰 추산 3만2000명이 모였다.


촛불집회 현장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인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대통령이 국정 지지율 등에 연연하며 '무리수'를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40대 가정주부 서모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서씨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취학연령 하향 조정 등 취임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사건들로 국정운영을 좌초시키고 있다"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고 말했다.

민생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고등학교 교사인 A씨(61)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양극화 심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민생경제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대통령이 국정 지지율에 연연한 채 전 정권 인사들을 향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진보와 보수 싸움에 등 터진 민생
무교동 일대에서 요식업을 경영하는 30대 남성 이모씨는 "시위 소리가 시끄럽고 어수선하니 손님들이 이곳을 찾질 않는다"며 "우리 가게는 토요일 저녁시간이 되면 웨이팅을 할 정도로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오늘은 평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손님 수가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이날 무교동과 북창동 일대에 위치한 '먹자거리'에는 시위구호와 지나가는 행인들로 가득 메워졌지만 개별 가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북창동에서 삼계탕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B씨는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하나도 없다"며 "물가도 올라 힘들어 죽겠는데, 이 같은 시위가 계속 이어져 앞으로 주말 장사를 허탕 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태평로 일대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70대 박모씨는 "대규모 인파가 운집하기 때문에 과자와 음료수 등을 파는 노점상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며 "각자의 입장에서 내거는 정치적 명분은 알겠으나 시끄러워 장사를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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