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회사채시장…일정 무더기 취소에 풋옵션 공포 확대

      2022.10.24 05:00   수정 : 2022.10.24 09: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채권 시장이 살얼음판이다. 글로벌 고강도 긴축 정책과 경기침체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레고랜드발(發) 신용 리스크까지 겹쳤다. 약 2000억원 규모의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는 1500배에 달하는 약 3000조원(유동화증권 포함)에 달하는 채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레고랜드發 불안 확산…발행 철회·수요예측 미매각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계획됐던 회사채 발행 일정이 줄줄이 취소됐다. 최근 10월 회사채 공모 발행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SK인천석유화학, DGB금융지주, SK증권 등은 발행계획을 일단 철회했다.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회사채를 사려는 투자 수요가 급격히 냉랭해지면서 일단 후퇴했다는 분석이다.

기존 계획대로 회사채 발행을 진행했다가는 미매각 사태는 불 보듯 뻔할뿐더러 발행이 되더라도 높은 금리 부담을 떠안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요예측을 그대로 진행한 기업들은 줄줄이 미매각 상황을 맞았다. 지난 19일 한온시스템이 3000억원 발행 목표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는 500억원의 자금만이 들어왔다.

같은 날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늘 승승장구했던 LG유플러스조차 미매각 상황을 맞았다. 1500억원 규모 모집 목표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50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LG유플러스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상황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솔루션도 20일 1500억원 목표 수요예측에서 주문은 130억원에 그쳤다.

CB 풋옵션 비율 증가 …투자회사·헤지펀드 불안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로 발행한 메자닌을 사들인 투자자들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수년 전 제약·바이오사가 발행한 채권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수급을 받쳐줬던 투자회사, 헤지펀드 역시 손실 위기에 떠는 분위기다.

CB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사채와 주식의 중간 형태다. CB 투자자들은 주가가 상승하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한 후 매도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연구와 투자로 많은 자금이 필요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CB가 일반 회사채·은행차입 대비 조달 비용이 적다는 점에 주목, CB 활용도를 높여 왔다.

그러나 주가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차환마저 막힐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조기상환청구) 카드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풋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장래의 특정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이 지난 2020년 10월 30일 발행한 CB에 대해 최근 한 달 동안 풋옵션(조기상환청구) 신청을 받은 결과 풋옵션 비율은 98.22%에 달했다. 회사는 전체 발행액의 98.33%에 달하는 약 206억원의 자금을 이달 말까지 투자자에게 현금 지급해야 한다.

이외 네오리진(풋옵션 비율 100%), 제이준코스메틱(50.4%), 세경하이테크(40%), 휴온스(22.8%) 등 코스닥 상장사 CB에 대한 풋옵션 비율이 급하게 올라갔다.

한편 이날 정부는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α 규모'로 확대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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