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역 주 스웨덴 한국대사 "한·스웨덴 미래 경제 협력 파트너"

      2022.10.24 16:56   수정 : 2022.10.24 16: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0년 전 우리가 스웨덴의 시장이었다면 지금 한국은 기술이다. 한국과 스웨덴이 같이 협력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하태역 주 스웨덴 한국대사( 사진)는 최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스웨덴을 경제 협력 파트너 관계라고 정의했다.

스웨덴을 배울 점이 있는 북유럽의 복지국가보다 한국과 스웨덴의 산업적인 강점을 교류하고 협력해서 경제적인 미래를 함께 꿈꿀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태역 대사는 "스웨덴도 흔히 말하는 글로벌 혁신지수가 유럽에서 1~2위 하는데 우리도 아시아에서 1등으로 서로 '미래 먹거리'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면서 "우리의 강점이 있고 스웨덴의 강점이 있으면 어깨를 나란히 해서 미래를 같이 꿈꾸고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 대사는 지난 5월 주 스웨덴 한국대사로 부임해 한국과 스웨덴 양국의 경제, 문화 등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배터리·무탄소 철강 기술 협력
하 대사는 유럽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에 한국 중소·중견기업 5곳이 핵심 파트너사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고 가능성을 확신했다. 이들은 노스볼트의 소재와 관련된 생산공장을 스웨덴 북동부 셸레프테오, 남동부 예테보리 등에 짓고 있다. 이르면 내달께 첫 생산품이 나온다. 스웨덴 내에 한국 생산 공장 투자 진출의 첫 사례다. 노스볼트는 폭스바겐그룹, 볼보, BMW 등에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공급한다.

하 대사는 "삼성, LG 같은 대기업이 아니라 한국 중소기업이 기술로 직접 승부해서 진출할 사례"라면서 "노스볼트가 중국 기업과 협력하려고 하다가 퀄리티가 부족해서 한국 기업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스볼트가 앞으로 연구소와 함께 공장을 5개 더 만들 예정인데 우리 기업들이 파트너로 계속 참여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밸류체인에 우리 기업이 같이 들어간다"고 했다.

노스볼트는 한국 배터리 3사와 경쟁관계다. 하지만 한국 중소기업이 노스볼트와 협력해서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만들면 이는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윈윈 모델이 되는 것이다. 하 대사는 "우리가 스웨덴과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분야는 에너지, 그린, 바이오, 스타트업 등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와 스웨덴 철강기업 SAAB도 통해 탄소 대신 수소를 사용해서 철강을 만드는 '카본 제로 스틸' 즉, 무탄소 철강을 상품화하기 위한 기술 협력을 시작했다. 포스코와 SSAB는 무탄소로 철강을 만드는 유동화원로, 샤프트 방식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제2회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에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포럼에 참석한 하 대사는 "두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서로 공동 연구해서 상용화하면 경제성은 얼마나 있을지 비용을 어떻게 절감할 수 있을지 등을 작년부터 협의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스웨덴의 경제 협력이 활성화되고 있는 지표는 바로 투자 현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스웨덴 직접투자 규모가 지난 2021년 1억400만달러로 지난 2020년(1800만달러)보다 5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이미 1억5300만달러로 지난해 스웨덴 직접투자 규모를 이미 뛰어넘었다. 즉 한국에 스웨덴은 기술을 투자할 새로운 시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의미다.

스웨덴의 경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자처인 새로운 시장을 찾다가 한국에 지난 2012년 2억500만 달러, 2015년에는 2억69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이케아는 지난 2011년 한국에 진출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볼보, 스카니아, 에릭슨 등 한국에 진출한 스웨덴 기업은 총 118개사에 달한다.

반면 스웨덴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지난 5월 기준 14개사에 그친다. 이와 비교하면 오히려 한국 시장에 먼저 찾아와 적극적으로 투자한 나라는 스웨덴인 셈이다. 하 대사는 "스웨덴은 살아남기 위해 시장과 기술을 바이킹처럼 찾아다닌다"면서 "한국과 스웨덴이 같이 협력하면 새로운 시장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이 오해하는 스웨덴 복지
하 대사는 한국이 스웨덴의 복지모델에 대해 잘못된 해석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스웨덴식 복지제도라는 이미 열려 있는 열매를 한국에 도입하면 잘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오해라는 것이다.

하 대사는 "스웨덴에서 복지는 '일하게 만드는 것'으로 국민들이 일하게 하기 위해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등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또 복지제도를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오랜 기간을 토론하고 합의해서 '게임의 룰'을 만들었고 그 규칙에 따라 (소득에 따라) 50% 이상의 세금을 내고 정부는 아주 투명하게 게임의 룰에 따라 정확하게 나눠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한국은 스웨덴이 사회민주주의가 발전한 복지국가, 분배에 집중하지만 스웨덴은 철저한 시장 중심적인 산업국가라는 것이다. 하 대사는 "스웨덴의 노사합의를 보면 1938년 살트쉐바덴 협약부터 정부가 끌고 가는 것이 아닌 노사만의 협의"이라면서 "스웨덴은 정부 주도적이 아니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방법을 찾고 방향을 찾았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플랜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 자원, 경제적인 여건에 맞춰 유연하게 조선, 철강, 자동차, 통신장비, 정보기술(IT), 바이오 등의 산업을 발전시켰다. 그 돈으로 국민들을 더 오래 일하도록 스웨덴식 복지제도를 합의하에 발전, 정착시켰다는 얘기다.

특히 스웨덴은 인구 약 1000만명의 강소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다. 이에 스웨덴은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닌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 대사는 "이 작은 스웨덴에서 그 많은 스타트업이 나오는 것은 어떻게 하면 시장을 만들고 투자를 받고 비싸게 파는지 얘기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틀란드에서 매년 열리는 정치대회에서 좌파당의 당대표도 스웨덴의 발전을 위해 복지가 아닌 일자리의 중요성을 얘기한다"면서 "한국에서 생각을 달리 해야 할 지점은 미래 먹거리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한국의 강점과 상대국의 강점을 합해서 가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안보 등 발등의 불
스웨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기값이 1년 만에 50% 오르는 등 에너지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8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비사민계열인 보수당 연합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보다 화석연료를 0%로 낮추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고 에너지 안정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하 대사는 "스웨덴도 에너지 가격 안정과 공급망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스웨덴 역시 노르웨이 가스 등 공급이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수요(소비)를 아무리 줄인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서 에너지 문제는 당분간 가격 문제를 중심으로 풀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스웨덴은 200년 이상 지켜오던 중립국 지위를 내려놓고 핀란드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등 북유럽의 안보도 위협받고 있다. 스웨덴 내에서는 나토에는 가입했지만 나토군의 주둔이나 핵무기 배치 자국 배치 등은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
하 대사는 "핵 문제는 주권사항이지만 국내 여론에 달려있다"면서도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 전부터 이미 협력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고 북유럽 4개국은 거의 같이 행동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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