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와 사귀고 싶어서" 아내 살해한 40대 남성 무기징역형
2022.10.28 07:41
수정 : 2022.10.28 15:49기사원문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종문)는 지난달 29일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남성 A씨(43)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18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자택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던 4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2019년 실내 골프장에서 알게 된 후 연인으로 발전해 동거를 시작했다.
함께 산 지 1년쯤 됐을 때 A씨는 B씨가 보살을 믿는다는 사실을 알고 "용한 보살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이 보살은 "A씨의 어머니가 사망하면 A씨가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을 것이다", "신체 여러 곳에 타투를 하고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 등의 말로 B씨를 현혹했다. B씨는 2년간 이 보살과 휴대전화로 소통하며 전적으로 믿게 됐지만 사실 보살의 정체는 바로 남편 A씨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B씨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평소 연락이 뜸하던 가족들이 모인 장례식장에서 A씨는 B씨의 여동생 C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A씨는 C씨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고 모친의 사망으로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또다시 보살로 위장해 C씨에게 접근했다. A씨는 C씨에게 "형부님 얼굴을 많이 보시고 가까이하라", "기대고 의지하라", "스킨십을 많이 하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아내 B씨만 사라지면 C씨와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아내를 살해하기로 하고 계획을 세웠다. A씨는 지난 5월 16일 보살로 위장해 B씨에게 "오늘 휴대전화를 바꾸고 큰 가방 두 개를 사라", "그 가방에 엄청난 금액이 들어갈 것이다", "집이 구해지면 왕비님(B씨)이 깊은 잠에 빠져 부처님과 어머님을 보시게 된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이를 굳게 믿고 A씨와 함께 집을 구하고 여행용 가방을 구매했다. 다음날 A씨는 졸피신정이 포함된 약을 처방받고 B씨 소유의 차를 팔았다. 그리고 자신이 건넨 수면제를 탄 음료를 마시고 잠이 든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A씨는 B씨의 시신을 이불에 감싼 뒤 B씨가 직접 산 캐리어에 담아 시신을 감췄다. 이후 A씨는 자신이 B씨인 척 C씨와 가족들에게 "내가 형부를 배신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B씨의 차를 판 이유도 B씨가 멀리 떠난 것처럼 꾸미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A씨는 C씨와 연인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네가 형부랑 더 맞아"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또다시 보살 행세를 했다. C씨는 이 과정에서 언니에 대한 배신감과 걱정, 죄책감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B씨 가족들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경찰에 B씨의 실종 신고를 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B씨가 내 돈을 갖고 도망갔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증거가 드러나자 "죄송하다"며 마침내 고개를 숙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은 충분히 잔혹한 데다 범행 이후 태도는 기만적이고 악랄하기까지 하다. 피고인은 미성년자간음죄 등으로 징역 8월,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은 것을 포함해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피고인에 대한 심리 분석 결과 반사회적 성향이 관찰되고 폭력 범죄의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판단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