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머리띠 남성 등 5~6명이 밀기 시작"..경찰, CCTV 분석 시작
2022.11.01 07:13
수정 : 2022.11.01 17:4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 사이에서 “누군가 고의로 밀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경찰이 현장 일대의 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30일 이태원 압사사고 관련해 총 475명의 대규모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 CCTV 52대를 확보하고, 목격자와 부상자 44명을 조사하는 등 참사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와 관련 SNS 영상물도 비중 있게 들여다보는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합동브리핑에서 ‘토끼 머리띠 남성 신원이 확인됐느냐’는 질문에 “목격자 조사, 영상 분석 등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찰은 빠른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이번 사건을 ‘디지털증거 긴급분석’ 대상으로 지정했다. 분석 대기 시간 없이 곧바로 증거 분석 절차에 돌입해 통상보다 빠르게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아울러 주변 상인이나 사고 현장에 있던 시민 등 목격자들을 상대로 최초 사고 발생 지점, 이후 상황 전개 과정 등도 세밀히 확인할 계획이다.
사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나 생존자들 사이에선 누군가 고의로 밀었다는 증언이 다수 나오고 있다. 골목 위쪽에서 “밀어! 밀어!” “우리 쪽이 더 힘세 밀어” 등의 말이 나온 뒤 순식간에 대열이 내리막길로 무너졌다는 내용이다.
처음 밀기 시작한 이들에 대한 구체적 묘사도 나왔다. 특히 “5~6명 무리가 밀기 시작했다” “한국인 남자 무리에 외국인도 섞여 있었다” “토끼머리띠를 한 남성을 잡아야 한다” 등의 특징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사고 직전 사람들이 갑자기 밀려 내려오는 상황이 담긴 영상도 공개됐다. 1분가량 분량의 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붐비긴 했지만 비교적 원활하게 통행하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내리막길 위쪽에서부터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리기 시작했다. 이 같은 밀림 현상은 영상에서 2~3차례 반복됐다.
이 남성이 현재로선 사고 원인을 가려낼 핵심 인물이다. 문제는 대상을 특정하기도, 범행을 밝혀내기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수천 명이 운집한 인파 속에서 가해자를 콕 집어 책임을 묻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찾더라도 사람을 ‘미는 행위와 압사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느슨한 통제로 코너에 몰린 경찰이 책임을 떠넘길 ‘희생양’ 만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범인을 특정하게 된다면 ‘형법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살해의 고의성이 없더라도 앞사람을 밀어 대열이 무너지고 사망(압사)에 이르게 했다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