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핵심 '황린' 中 감산, 가격 요동...韓후폭풍 우려

      2022.11.02 17:44   수정 : 2022.11.03 00:49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반도체 낸드플래시 핵심 소재 고선택비인산의 원료가 되는 황린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감산에 들어갔다. 황린의 가공품인 인산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한국 반도체 업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중국 산시성 시안 공장 역시 황린 가격 상승의 후폭풍 피해를 배제할 수 없다.



2일 차이롄서와 금융계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윈난성 정부는 지난 9월 25일 ‘2022년 9월~2023년 5월 에너지 소비 산업의 효율 관리 계획’을 발표한 뒤 이튿날부터 전면적인 황린 감산 혹은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계획은 황린을 포함, 37개 업체를 지정해 내년 5월까지 에너지 효율 관리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 전력 사용량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전력 사용량은 수급 상황에 맞춰 변동될 수 있다.

계획은 겨울철을 앞두고 전력 대란을 대비한 조치다. 황린은 고온의 생산 공장을 거쳐야 하는 대표적 에너지 고소비 화학제품이다. 여기다 수력 발전 의존도가 80%인 윈난성은 올여름 가뭄으로 전력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국은 지난 7~8월과 작년 하반기에 전력난을 겪었다.

윈난성은 중국에서 황린 생산량의 46%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지다. 계획 발표 후 업체 3곳이 황린 생산을 중단했으며 18곳은 감축했다. 이로 인해 한 달여 만에 윈난성 황린 생산업체 가동률은 9월 중순 대비 28%로 떨어졌고 일일 생산량은 42% 줄었다.

윈난성과 같이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 쓰촨성, 구이저우성은 이미 8월부터 황린 생산 공장 대부분을 폐쇄했다. 또 향후 전력 제한 정책이 이들 지역으로 확대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차이롄서와 동팡차이푸는 전했다. 쓰촨성과 구이저우성은 중국 황린 생산량의 각 23%, 19%를 담당하며, 세 곳을 합치면 90%에 육박한다. 세계 황린 생산량에서 중국의 비중은 80%다.

생산이 줄면서 가격 상승 우려도 제기된다. 경제일보는 중국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성이서를 인용, 지난달 13일 기준 윈난성의 황린 시가는 t당 3만 7500위안으로 9월 초에 비해 13.64%가량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연중 최저점인 8월 초와 비교하면 50% 올랐다.

중국 시난증권은 “현재 구이저우 전 지역, 윈난성 대부분, 쓰촨성 일부 지역의 황린 업체가 가동을 중단했다”면서 "구이저우는 가동 중단 시기를 최대 50일, 쓰촨은 생산 복귀 시기가 미정이기 때문에 하반기 물량 공급이 빠듯할 수 있어 가격은 지속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린 감산과 가격 상승은 한국 반도체 업체에게도 악재다. 인광석에서 추출하는 황린은 정제를 거쳐 인산이 되고 다시 낸드플래시 공정 중 일부 층을 깎아내는 고선택비인산으로 탄생한다. 한국의 중국 인산 의존도는 8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한국 반도체 업계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내 황린 가격이 오르면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 시설인 시안 공장의 생산 비용 증가 가능성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중국지역전략팀은 “중국의 황린 감산으로 인산 수급에 불안정해질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가가 더욱 상승할 우려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석유산업 정보망인 룽중쯔쉰은 지난달 31일 보고서에서 “4·4분기에도 황린 시장 가격이 계속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달에는 황린 기업이 가격을 올려 시장을 관망하지만 수요가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윈난 지역 전력 제한은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갈수기 전력 가격 상승은 원가 방면에서 황린 시장을 지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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