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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3 18:13
수정 : 2022.11.03 18:13기사원문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발생한 군중 충돌을 분명히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라는 긴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NYT는 여기서 과거 BTS 공연 당시 동원됐던 경찰관과 이태원 행사에 배치된 경찰관 수를 비교하면서, 당국의 사전 대비가 충실했다면 이번 참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고 주장했다.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건에 대한 외신의 관심이 유독 크다. 말도 안되는 일이 인구 1000만의 대도시에서 벌어진 탓도 있겠지만, 희생자 중 상당수가 자국민을 포함한 외국인인 까닭도 없지 않을 듯하다.
이번 참사로 이란인 5명을 포함해 중국인과 러시아인 각 4명, 미국인과 일본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태국·우즈베키스탄 등 총 14개국 26명의 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중에는 미국 연방하원 의원의 조카도 있고, 열렬한 한류 팬이었던 일본인 여학생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또 "(아들의 죽음으로) 수억번을 동시에 찔린 것 같다"는 한 미국인 아버지의 애절한 사연이 SNS를 통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이번 참사가) 번성하는 기술 강국, 대중문화 강국인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는 지적도 뼈아프다. 최근 외신들은 BTS, 오징어게임 등 K팝과 한류의 성공을 대서특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그들이 보기에도 이번 사건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너무 많아서다. 시스템 부재, 부실한 대응, 책임 전가 등이 외신이 이번 사건을 타전하면서 자주, 반복적으로 사용한 말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참사 등 잊고 싶은 기억을 소환할 땐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대한민국의 민낯이 이번 일을 통해 한꺼번에 까발려지는 듯해 마음이 무겁고 불편하다.
이번 참사는 우리에게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뒤돌아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낮은 자세로 발 아래를 잘 살펴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처절한 반성(反省)이다. 반성은 거울 앞에서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성찰하는 일이다. 통절한 참회록을 써야 하는 이유다. 부끄럽고 참담한 노릇이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책임 질 사람은 책임 지고, 또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이 나라가 바로 선다.
jsm64@fnnews.com 정순민 생활경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