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회사채 발행 분산"… 자금경색 차단 총력전

      2022.11.06 18:21   수정 : 2022.11.06 18:21기사원문
금융당국이 자금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회사채 발행 주기를 서로 겹치지 않게 조절한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지원 대상은 확대하고 비우량 회사채 지원도 추진한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채권시장이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한 데 이어 흥국생명, DB생명이 잇따라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중도 상환) 행사 연기를 결정하면서 자금시장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 발행주기 분산

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 보험, 카드, 캐피탈사 등과 연쇄적으로 시장점검회의를 열어 회사채 등 채권 발행 계획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조절하기로 했다. 기존에 정부가 발표한 자금시장 지원책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원책 중에 가장 효과를 낸 것은 회사채 발행주기를 분산한 것인데 우량등급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채 발행이 한꺼번에 이뤄져서 한쪽에서 다 가져가 버리면 나머지 채권 시장이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주기를 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해 경색이 심한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매입도 개시했다. 채안펀드는 기본적으로 회사채와 일반 기업어음(CP) 등 우량채가 지원 대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기 자금시장 불안 때문에 여전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포함됐다.

채안펀드는 본격적인 자금 집행을 위해 캐피털콜(펀드 자금 요청) 3조원을 분할해 조성하는데 지난 4일에 5000억원 납부가 마무리됐다. 조만간 1조원, 1조5000억원으로 추가 조성된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95조원 규모의 자금 시장 지원 방안을 밝힌 가운데 은행권이 한국전력에 2조~3조원 규모의 대출을 해줘 채권발행을 줄이게 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한전의 대규모 채권발행으로 채권시장내 다른 기업의 채권이 구축되는 경색 현상이 가중돼온 만큼 한전의 자금조달 창구를 시중은행으로 전환, 채권시장 유동성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도다.

대형 증권사 9개사는 500억원씩 총 4500억원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제2의 채안펀드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외화채권시장 '한국물 급락'

하지만 채권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권) 미행사 이후 외화채권 시장에서 외화표시채권(한국물)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량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외 외화채권시장에서 흥국생명의 액면가 100달러 신종자본증권 거래 가격은 4일 72.2달러였다. 이달 1일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공시 직전인 10월 말(99.7달러)보다 30% 가까이 급락했다. 2025년 9월 콜옵션 만기인 동양생명 신종자본증권은 10월 말 83.4달러에서 이달 4일 52.4달러까지 떨어졌다.


거래도 저조하다.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이전부터 한국물에 대한 유동성이 원활하지 않았는데 콜옵션 미행사 이후에는 시장 신뢰가 깨지면서 투매 수준의 물량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달러채권의 경우 한국의 정책으로 온기를 퍼뜨리기 어렵다"면서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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