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북핵에 中 역할을"…시진핑 "남북관계 개선부터"
2022.11.15 21:28
수정 : 2022.11.15 21:28기사원문
특히 윤 대통령은 평소와 같이 역내 자유·평화·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으나, 시 주석은 한중이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와 대중국 견제 전략을 비판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 주석과 취임 후 첫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북한 핵 위협 언급에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며 "평화를 수호해야 하며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중국 측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반응은 지난 14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과 유사하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시 주석에게 그들(중국)이 북한에게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해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반면 시 주석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밤 중국 외교부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으나 북한의 핵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도 전제조건을 걸었다. 시 주석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며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지향점에서도 시각 차이가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해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라며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증진하는 데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한중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동남아 순방기간 발표했던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한미일 정상의 공동선언문과 궤를 같이한다.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표현이 들어가 있는데, 그간 미국 등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해화 시도 같은 확장정책을 비판할 때 써온 외교적 수사다.
한미일 정상들의 공동선언문에는 '대만 관련 기본입장에 변화가 없음'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 등의 문구가 포함됐다. 중국이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는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일대에 대한 영유권 주장 등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를 의식하듯 다자주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 측과 함께 중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고 G20 등 다자간 플랫폼에서의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syj@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