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예산 vs 李예산' 여야 신경전 가열… 준예산 사태 가나
2022.11.21 05:00
수정 : 2022.11.21 05:00기사원문
특히 국토교통위원회, 운영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에서 주요 쟁점관련 예산 심의가 여야간 의견차로 늦어지면서 준예산 편성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정부 예산안 사수에 나선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정부 예산안에 대한 대규모 칼질과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민생예산 확보'에 대한 의지가 더욱 견고해져 어느 쪽도 양보가 어렵다는 전망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는 17일부터 예비심사를 마친 8개 상임위 소관 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돌입했다. 8개 위원회 예비 심사 결과, 당초 정부안에서 12조 3284억원이 증액, 2조 5235억원이 감액돼 총 12조 761억원이 증액됐다.
10조원대 증액이 이뤄진 가운데 운영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원회의는 예비심사조차 마치지 못한 상태로 예산 심사가 지연되는 모양새다.
운영위에서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한 비용이 뇌관이다. 운영위 예결소위에서 민주당은 대통령실 시설관리 및 개선사업 예산 29억6000만원, 국가사이버안전관리센터 구축 예산 20억원, 특수활동비 예산 82억5100만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반면 국민의힘은 원안대로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다수석을 가진 민주당이 예결소위에서 단독으로 삭감을 반영한 안을 의결하더라도 운영위원장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맡고 있어 정부 원안대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위 예결소위에서는 여야 대치 끝에 민주당이 용산공원 조성사업 예산 303억원을 전액 삭감하고, 공공임대 주택 예산안은 정부안 대비 6조 3840억원 증액해서 단독 의결했다. 여당에서는 공공주택 물량을 추가로 공급하는 등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에서는 공공주택 일반분양이 늘고 공공임대는 줄었다며 정부안을 전면 수정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소득 무주택자들의 전월세 보증금 이자 지원 등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예산 확보에도 주력하겠다"며 공공임대주택 예산 원상복구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기재위 소관 세제개편안도 최대 난관 중 하나로 꼽힌다.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조세소위 구성 및 심사 일정에 합의했지만 '예산부수법안'인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법인세 인하 등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조건부(증권거래세 0.15%로 인하, 주식양도세 대상 100억원 상향 철회)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입장을 밝혔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사실상 거부 입장을 표해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위원회는 17일 민주당이 전액 삭감했던 경찰국 기본경비 예산을 정부안 대비 10%만 감액한 1억 8800만원으로, 7050억원까지 늘렸던 지역화폐 예산을 5000억원으로 의결하는 데 합의해 예비 심사를 마쳤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했던 반도체 설비투자 인프라 지원 예산이 여야 합의로 1000억원 증액해 의결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예산소위는 오는 22일 감액 심사를 마무리하고 23일부터 증액 심사에 돌입해야 하지만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 저지를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을 예산안에 적극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금융 취약계층, 주거 취약계층, 한계상황에 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이 3대 영역에 대해 3대 긴급민생회복 프로그램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려고 한다"며 "당 추산으로 1조2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초부자 특권감세를 일부만 조정해도 재원 마련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요 예산 및 조세개혁에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며 잠정예산편성인 준예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다수를 앞세워 정부 예산안에 대한 유례없는 독단과 폭주를 자행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발목잡기로 헌정사상 최초로 준예산이 편성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야가 30일까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다음날(12월 1일) 정부원안이 본회의에 부의된다. 민주당이 이를 부결시킬 경우 올해 예산이 내년에 적용되는 준예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준예산 편성시 '발목잡기' 프레임을 우려, 민주당 내부에선 합의 처리를 통해 최대한 우호적 예산을 확보하자는 의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