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에 잇따라 '구멍'...美 각국에 사절 보내 압박
2022.11.22 13:39
수정 : 2022.11.22 13: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 러시아를 상대로 국제적인 제재를 주도했던 미국이 최근 일부 파트너 국가의 느슨해진 제재 수준을 경고하고자 고위 관리를 파견, 철저한 이행을 압박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고위 서방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서방이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도입한 러시아 제재에 누수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미 정부가 이를 단속하기 위해 조용한 압박에 나섰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의하면 미 정부는 주요 부처의 고위급 인사들을 동맹 등 외교 파트너 국가에 보내고 있으며 재무부와 상무부, 국무부의 비교적 하위급 공무원들도 세계 각국을 돌고 있다. 이들은 현지 정부와 제재 우회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제재 참여를 꺼리는 관리 당국 및 기업들을 조용히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러시아로 물자를 보급하는 유통망 파악 업무까지 맡았다.
앞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은 러시아가 국제 무역 및 금융 거래에 참여하지 못하게 제재하면서 동맹 등 다른 파트너들도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WSJ는 자체 분석 결과 주요 경제대국들이 러시아에 수출한 무역품 규모가 올해 2·4분기 기준으로 제재 이전보다 50% 이상 감소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의 대(對)러시아 수출 규모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WSJ는 한국과 일본의 대러 수출이 여전히 제재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초기 손실의 거의 3분의 1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EU도 대러 제제를 계속 확대하고 있으나 당초 무역 감소분의 일부를 되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전쟁 이전부터 러시아와 가까웠던 오스트리아, 체코, 스위스의 은행들은 앞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다고 밝혔으나 실제 행동은 사뭇 달랐다. 스위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80억달러(약 10조8128억원)의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다고 밝혔지만 5월에는 이들 자산 중 약 30억달러를 풀었다고 알렸다.
또한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 은행은 지난 3월 주요 영업국인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아직도 검토만 하는 중이다.
미국 및 다국적 지부에서 금융범죄 전문가를 양성하는 조직인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ACAMS)의 조지 볼로신 러시아 제재 조사관은 "대부분의 기업과 은행들이 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피하고 있지만, 일부는 제재 상황을 기회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이미 공개적으로 제재에 구멍이 있다고 경고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철저한 대러 제재 준수를 요청했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도 이달 초 같은 임무로 벨기에·영국·프랑스를 방문했다. 최근에는 미 재무부의 엘리자베스 로젠버그 테러금융·금융범죄 담당 차관보가 일본을 찾았다. 로젠버그는 지난달 아랍은행연합 회의에 참석해 "아랍권에서 러시아의 자금세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은 공개적으로 미국 주도의 제재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러시아와 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에 무인기를 팔기도 했던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만큼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튀르키예가 러시아에 수출한 규모는 2·4분기 기준으로 제재 이전보다 25% 증가했다. 누레딘 네바티 튀르키예 재무장관은 튀르키예가 제재를 약화시키지 않았다며 “우리는 제재 대상이 아닌 분야에서 러시아와 무역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