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기 술·담배·도박 '죄악주' 뜬다
2022.11.29 16:33
수정 : 2022.11.29 16: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이른바 '죄악주'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외국인·기관의 매수세로 주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 죄악주는 술, 담배, 도박 관련 상장기업을 일컫는 속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G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04% 오른 9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주가는 1.46% 오른 9만7100원까지 거래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1월 말 장중 7만6600원까지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26.76%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거래 추이로 봐도 지난달 24일 8만7800원에서 10% 넘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대표적인 카지노업체 파라다이스는 이날 4.32% 오른 1만6900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 1만2050원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여행 재개 등 리오프닝 기대와 맞물려 무려 40.24% 올랐다. 강원랜드도 유가증권시장에서 같은 날 2.50% 상승 거래됐다.
하이트진로의 주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17일 장중 2만385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한 후 이달 중순에는 2만7000원선을 회복했다. 최근 흐름은 좋지 못했지만 이날 1.75%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소비 둔화에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죄악주가 경기 침체 장기화 국면에서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이후 약 두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KT&G의 주식 194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전자(1조9178억원), LG에너지솔루션(1조1241억원) 등에 이어 전체 7위에 이름을 올렸다. KT&G에는 이달 11일부터 13거래일 동안 170억원에 달하는 기관 순매수 물량이 몰렸다.
파라다이스는 이달 들어 외국인이 총 520억원이 넘는 추가 매수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1일부터 단 3거래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개인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여전히 불확실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욕구를 해소하려는 소비 심리가 죄악주에 대한 단기 투자 행태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 경쟁력도 충분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KT&G는 업종 특성상 실적의 하방 경직성이 다른 기업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0년간 연간 1조원 이하를 기록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안정적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한 오는 2023년까지 배당성향 50%를 유지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에도 유리하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T&G의) 내년 국내 담배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6% 오른 2조1302억원으로 전망된다"며 "흡연 인구가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HNB)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라고 판단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