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세 초읽기.. 한국철강, 중국보다 더 맞는다

      2022.12.05 16:52   수정 : 2022.12.05 16: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CBAM)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이 무역장벽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등 관련산업은 아직 대처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수출 타격이 우려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로서는 명확한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커져 가고 있는 모습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탄소국경세 도입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EU는 이르면 내년부터 탄소국경세를 시범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최종 입법을 위해 EU의 의회, 이사회, 집행위원회가 3자간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의회가 강한 도입 의지를 보이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가 강한 국가에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받는 무역 관세로, 탄소의 이동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말한다. 즉, 수입품을 대상으로 해당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따져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 규제가 강한 국가의 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시된 것으로, 온실가스 규제가 강한 국가의 기업은 외국 경쟁업체에 비해 높은 생산비용으로 피해를 입는다는 문제가 제기됨에 따른 것이다.

EU는 이미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에너지 등 5개 수입품목을 대상으로 역내 수입업자에게 탄소국경세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고 공식화한 상태다. EU는 2023년부터 전기·시멘트·비료·철강·알루미늄 등 탄소배출이 많은 품목에 탄소국경세를 시범 시행한 뒤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EU는 이와 같은 탄소국경세 부과를 위해 수입 제품에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적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에 따라 EU에 수출하려는 기업은 배출권 가격을 기준으로 만든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미국도 비슷한 품목에 유럽보다 빠른 2024년 탄소국경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무역장벽, 위기vs.기회

문제는 탄소국경세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EU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새로운 무역관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탄소를 배출하는 수입품에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는 사실상 ‘추가 관세’여서 선진국들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은 이미 청정 산업 기술을 개발했지만, 후발주자인 개발도상국들의 기업은 이런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내 기업의 피해도 우려된다. 포스코·삼성 등 직접수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간접수출까지 감안하면 탄소국경세의 타격 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특히 EU로의 간접수출 규모가 큰 중소기업들이 탄소국경세의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업종별로는 철강업계의 피해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제조업의 총 탄소배출량 중 1차 철강제품(철강 및 합금철) 등 제조업이 35.7%(2019년 기준)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은 자국산 1차금속의 활용비용이 높은 구조인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1차 금속 제품을 수출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아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의 영향을 견뎌낼 여력이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탄소국경세 상황에서는 어느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적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탄소국경세를 계기로 온실가스를 더 감축하게 되면 오히려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앞두고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고심 중이다.
또 이 같은 탄소세 제도를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WTO 통상규범의 원칙을 따라야 된다는 논리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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