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떨어진 상장사들… 삼전 빼면 잉여현금흐름 '-12조'

      2022.12.07 18:01   수정 : 2022.12.07 18:06기사원문
국내 상장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FCF) 지표가 지난해 1·4분기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잉여현금흐름은 총 7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현금흐름 수치가 확인되지 않는 일부 규모가 작은 기업은 이번 통계에서 제외됐다.



지난 2021년 1·4분기부터 4개 분기 누적 잉여현금흐름이 105조8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3·4분기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각 상장사들의 자본적 지출(CAPEX)이 영업현금흐름(OCF)를 넘어섰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쓰는 투자비용이 현금 지출 및 매출, 이익 등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 유입보다 많은 경우가 발생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CAPEX는 꾸준히 증가하지만 영업현금흐름이 꺾이며 기업들의 여유자금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5% 이상의 국내 기업들은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다. 향후 이익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신규 자금조달도 녹록지 않다. 국고채 대비 회사채 스프레드(AA- 3년물 기준)는 175bp(1bp=0.01%)로 연초 대비 113bp 상승해 자금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량은 감소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은 유상증자 등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금 보유량이 많고 잉여현금흐름이 좋은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신규 투자, 인수합병(M&A), 자사주 매입 등 주가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이벤트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증시에서 대표적인 잉여현금흐름 상장지수펀드(ETF)인 'Pacer US Cash Cows 100(COWZ)'과 'TrimTabs Us Free Cash Flow Quality(TTAC)'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대비 상대 성과가 좋은 모습이다.

향후 2년간 잉여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Pacer US Cash Cows 100' ETF는 대세 하락장에도 연초 대비 1% 상승해 같은 기간 10.8% 하락한 S&P500 지수와 대비를 이뤘다.

투자자들은 잉여현금흐름과 순현금 비중이 높은 국내 상장사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
기아는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대비 잉여현금흐름 비중이 31.4%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롯데정밀화학(26.5%), DB하이텍(24.0%), 영원무역(12.6%), BGF리테일(12.3%), 한화시스템(11.2%), 제일기획(10.1%) 등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잉여현금흐름이 양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지난달 1조1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하는 등 변동장에서 각 기업들의 자금조달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상장사들의 이익 하락 추세가 본격화된 만큼 보유 현금이 많은 알짜 기업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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