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3주' 김봉현 도피 도운 지인들, 현실은 수사·처벌 어려워

      2022.12.08 14:57   수정 : 2022.12.08 14: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3주째 자취를 감추고 있다. 검찰은 도주를 도운 혐의로 김 전 회장의 측근들에 대해 연달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이들 중 일부만 구속된 상황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측근에 '범인 도피 혐의'를 적용하는 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인도피의 기준이 모호해 법원의 판단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형법에서 친족·호주 또는 동거의 가족이 은닉·도피시켜 준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사항을 두고 있어 김 전 회장의 가족들이 처벌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범인도피죄 판단 기준 모호해
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범인도피의 기준이 구체적인 법 조항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도주를 돕는 방법이 다양하므로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도피 행위에 직접적인 도움을 줬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대법원 판례상 범죄자가 도주하는 가운데 밥을 사주고 도와주는 정도로는 범인 도피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은닉 장소를 제공하거나 도피하기 위한 자금이나 차량을 적극적으로 제공해 주는 행위는 범인 도피죄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의 지인인 연예기획사 대표 A씨는 △지난 2021년 김 전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동안 대포폰을 만들어 준 혐의와 △최근 김 전 회장이 도주한 후 연락을 취해 도주를 도운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A씨는 김 전 회장이 도주 중이던 지난 2020년 김 전 회장 대신 서울 강남구의 호텔을 예약해 김 전 회장이 한 달간 지내도록 했지만 당시에는 범인도피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2020년에는 김 전 회장이 공개수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도주 중인 줄 모르고 도와줬다고 하면 도피죄를 적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는 공개 수배된 상황이어서 이같은 변명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친누나의 남자친구 B씨, 김 전 회장의 여자친구 C씨가 김 전 회장과 통화를 한 정황을 포착해 이들이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왔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통화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도주를 도우려는 목적이 아니라 그냥 통화했고, 범인이 어디 있는지는 알지만 경찰한테 안 알려줬다는 것만으로는 도피죄에 걸리지는 않는다"면서도 "통화를 통해 도주에 도움 되는 정보를 제공했다면 범인 도피죄가 될 수가 있다"고 했다.

■'친족 면죄' 조항에 발목 잡혀 수사 난항
친족이 범인의 도피를 도울 경우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형법 조항 역시 김 전 회장 수사에 장애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형법 151조 범인은닉과 친족 간의 특례조항에 따르면 '친족·호주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은닉·도피시켜 준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며 예외를 두고 있다.

이 조항은 김 전 회장의 도주를 적극 도운 김 전 회장 조카 D씨에 적용됐다. 검찰은 D씨가 자신의 차량으로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돕고 휴대전화 유심을 바꿔치기한 정황 등을 포착했다. 하지만 형법상 친족에게 범인도피죄를 적용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김 전 회장의 전자팔찌를 함께 훼손한 혐의(공용물건손상)만 적용, 지난 7일 D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 여자친구 C씨에 대한 범인도피죄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판결이 이뤄질 때는 친족에 가까운 관계에 대해서도 처벌을 면해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곽 변호사는 "그간 사례를 보면 연인 간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면 법리적으로는 (범인도피죄를) 적용할 수 있어도 판사들이 이를 봐주는 경우가 있었다"며 "사생활로 얽힌 사람에 대해서는 (범인도피죄 적용을) 빼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핵가족화가 심화되고 친족 간 유대관계가 약화된 현실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친족 면죄부 조항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 조항은 대가족 개념이 남아있던 1953년에 제정된 것으로, 8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 및 배우자에 대한 처벌을 면한다.


이와 관련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의 개정 검토'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친족상도례 인적 적용 범위는 해외에 비해 비교적 넓은 편에 속하고, 효과는 형면제·친고죄로 이원화하고 있어 비교적 가해자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있다"며 "변화한 가족·친족 개념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친족 면죄 조항에 대한 국회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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