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후려친 정치..."준예산땐 취약층·중기부터 타격"
2022.12.19 05:00
수정 : 2022.12.19 07: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여야가 2023년도 예산안을 놓고 벼랑끝 대치를 지속하면서 60여년만에 사상 초유의 준예산 정국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12월 2일)을 보름 이상 넘긴데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잇달아 중재안을 내놨지만 여야는 서로 양보를 요구하며 요지부동이다.
새해 첫날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준예산이 현실화되면 복지사업도 중단돼 저소득층·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이처럼 경제·민생에 타격 우려가 커지자 "정치가 경제와 민생의 발목 잡는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 쟁점에 서로 "양보하라"
19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 양당 원내대표가 서로 양보해야 예산안을 합의할 수 있다고 맞서면서 60여년만에 준예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준예산은 1960년 3차 개헌 때 도입됐지만 60여년간 단 한번도 시행된 적은 없다. 국회가 새해 첫날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적은 없었던 것이다.
현재는 임시국회인 만큼 본회의 개회는 김 의장에 달려 있다. 김 의장은 19일까지 여야 합의를 반드시 하라고 했는데, 여야 합의 가능성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는 법인세 인하,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주요 쟁점에서 서로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여야의 갈등의 골을 깊게 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에 이어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구속기소되면서 검찰 수사는 이 대표만 남겨두고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정국을 얼어붙게 만들 폭발력이 큰 뇌관이 돼 내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 등 처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서민 등 취약층 타격 가장 커
정부는 경기둔화와 민생·복지문제 해소를 위해 새해부터 예산을 적극 투입할 준비했지만 여의도 상황이 벼랑끝 대치로 이어지자 노심초사하고 있다.
내년 초 경제둔화에 선제대응해 취약계층 일자리·중소기업 지원·민생안정 예산을 연초부터 신속하게 집행할 계획이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 예산은 사업계획 공고, 지방비 확보 등 중앙정부부터 지자체까지 후속절차가 필요한데, 이렇게 가다보면 서민, 취약층 지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며 "지출이 늦어질 수록 서민, 장애인, 청년 등 취약층과 수출 중소기업의 타격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준예산 정국에 돌입하면 실제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
준예산이 시행되면 윤석열 정부 2023년 예산안 639조원 중 재량지출 297조원이 막히게 된다. 복지사업도 중단돼 저소득층·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타격을 받는다. 또 수출지원, 인프라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도 중단돼 경제둔화 골이 깊어질 수 있다.
서민과 취약층은 복지중단 충격이 가장 심각하다. 윤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첫 시행하기로 한 '부모급여'(만 0세 아동 가정에 월 70만원, 만 1세는 월 35만원 지급)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 최중증 장애인 돌봄 시범사업, 서민을 위한 재난적 의료비 확대, 생계·의료급여 대상 확대도 가능하지 않게 된다.
정부가 내년 25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인프라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중단된다. 인프라는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데 기업·소상공인 수익이 타격을 받고, 일용직 일자리도 사라진다.
코로나로 자금난과 수익저하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 대한 정책금융과 보증도 중단된다. 수출을 지원하는 각종 지원금과 무역보험 등도 멈춰 서게 되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준예산 헌법상 규정
준예산은 법률 상 의무지출과 공무원 급여, 기관 운영비 등 최소한의 비용만 쓸 수 있고 신규 사업 집행은 제한하고 있다.
헌법 제54조 3항에 따르면 새 회계연도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하면 정부는 국회가 예산안을 의결할 때 전년도 예산에 준해 3가지 목적의 경비를 집행할 수 있다.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ㆍ운영, 법률상 지출의무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밖에 주요 정책적 사업은 추진조차 할 수 없게 된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