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고금리 예·적금에 파킹… 증시서 발 빼는 개미들

      2023.01.02 18:07   수정 : 2023.01.02 20:11기사원문
증시 대기성 계좌가 고금리 안전상품에 밀리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20조원 넘게 빠져나갔다. 증권사들이 좋은 조건을 내걸며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이미 상향된 예·적금 이자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48조8549억원으로 집계됐다. 12월 들어 처음으로 50조원선이 깨진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초(59조8045억원)와 비교하면 1년 새 10조9496억원(18.3%)이 증발했다.

특히 같은 기간 환매조건부채권(RP)형, 머니마켓펀드(MMF)형 잔고는 31.6%, 24.54%씩 줄었다. 발행어음형은 48% 넘게 불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초 11조8000억원을 넘어섰던 잔액이 2개월 만에 1조원 줄어들었다.

CMA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증권사 계좌다. 예·적금과 달리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가 붙는 이점이 있다. 주로 단기 여윳돈을 넣어두고 주식·펀드에 투자하는 용도로 쓴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과 함께 연 5%대로 뛴 시중·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자금 유치 경쟁에서 밀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정기예금은 1~11월 56조2000억원을 빨아들였다.

현재 수익률이 가장 높은 미래에셋증권의 CMA RP 네이버통장이 3.30%에 그친다. SK증권(3.25%), 다올투자증권(3.20%), IBK투자증권(3.15%), 현대차증권(3.15%) 등도 비슷하다.

MMF형처럼 자산운용사가 굴리는 상품은 채권 평가손실이 나는 등 성과 부진시 약정이자를 포기해야 하는 한계도 있다. 5000만원까지 원금 보장이 가능한 은행 파킹통장과 달리 CMA는 예금자보호 대상도 아니다.

무엇보다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증권사 유동성 우려가 불거지는 판국에 구태여 이들 상품을 선택할 동기는 희미하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며 공모주 청약이 부진했던 영향도 있다.

MMF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23조원을 넘어섰던 개인 설정액은 1년 만에 13조6000억원대로 떨어졌다. CMA 이탈 자금과 합치면 2022년 한 해 동안 20조원가량이 사라진 셈이다. 금융당국이 법인을 대상으로 환매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MMF는 국공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콜 등을 위주로 운용해 비교적 안정적이고 수시 입출금이 가능해 단기자금을 넣어두는 '금고'로 불린다. 하지만 역시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우리큰만족신종MMF6이 2.65%에 불과하고 원금손실 위험이 존재한다.


12월 국고채 상환에 따른 국고자금 환수, 회계처리 문제로 인한 환매 영향도 있어 보인다. 개인들 입장에선 증권투자에서 희망을 잃은 탓해 정해진 이자를 받길 원할 수밖에 없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피봇(정책 전환·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주식, 채권 동반 강세 재료로 작용했으나 최근 비둘기적 시장이 매파적 연방준비제도를 재차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환중"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G) 등의 긴축 예고까지 겹쳐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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