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학과' 모집 흥행하면 뭐하나..전공 교수 태부족
2023.01.03 16:05
수정 : 2023.01.03 16: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졸업 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취업이 100% 보장된 채용 조건형 반도체 계약학과가 정시모집에서 흥행했다. 그러나, 반도체 전공 교수진은 태부족한 교육 현장의 '미스 매치' 현상은 지속되고 있어 전문 인력 양성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3일 각 대학에 따르면 2023학년도 대학입학 정시모집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6개 대학(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KAIST)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쟁률이 각 학교 평균 경쟁률을 크게 웃돌았다.
무학과 통합모집을 한 KAIST를 제외하고 △연세대 시스템반도체학과(삼성전자·6.5대1) △고려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6.73대1) △서강대 시스템반도체학과(SK하이닉스·11.20대1) △한양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11.88대1)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삼성전자·3.68대1) 등 5개교가 정시모집 경쟁률을 발표했다.
올해 신설된 서강대와 한양대의 반도체 계약학과는 예체능 계열을 제외한 전 모집단위 통틀어 가장 경쟁이 치열한 학과로 자리매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연세대와 고려대 반도체 계약학과도 각 학교 자연계열 중 경쟁률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 계약학과의 원조'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전 모집단위 평균 경쟁률(3.64대1)과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반도체 외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들도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LG디스플레이·5대1)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7.25대1)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현대차그룹·4.95대1)도 각 학교 평균 경쟁률을 상회했다.
다만 반도체학과의 운영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민간위원인 황철성 서울대 교수(재료공학부)는 "정식 학과 개설이 아닌 계약학과 개설을 통해 학과 교수 증원 없이 무작정 학생만 늘어난 상황"이라면서 "전자공학과나 재료공학과 등 반도체 유관 학과 교수들이 차출되면서 결국 해당 학과의 학부생과 석박사 교육까지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교수는 이어 "교수 임용에 필요한 논문 숫자를 채울 수 없는 지경이라 반도체 전공 교수가 서울대 내에서도 손에 꼽는다"고 지적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