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추가투자 타이밍인가요".. 부동산 규제완화에 자산가 문의만 늘었다

      2023.01.08 15:15   수정 : 2023.01.08 15: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풀렸으니 소득이 있는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매도하고 싶다'라는 50~60대 자산가들의 문의가 체감상 20% 정도 늘었다."(서울 서초구 소재 은행 자산관리센터 관계자)
#."가계대출 문의는 그대로다. LTV를 70%까지 풀어줘도 이자부담 때문에 집 사겠다는 상담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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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소재 시중은행 관계자)
지난 3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후 소득·자금 여력에 따라 대출 문의가 '양극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유지로 중저소득자 대출한도에는 사실상 변화가 없는 데다, 내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규제 완화 효과가 '부자들'에 국한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대책후, 강남권은 문의 20% 늘어
8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큰 손'들이 주 고객층인 서울 강남·서초 일대의 자산관리(WM)센터에는 정부의 1.3대책 이후 부동산 매매·증여 문의가 10~20%가량 늘었다. 서초구 소재 한 시중은행 WM센터 관계자는 "연말에만 해도 부동산 쪽 상담이 끊기다시피 했는데 1.3 대책 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센터에 매일 한두건 이상은 매수 상담이 들어온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 소재 또다른 WM 관계자도 "3일 대책 발표 전에 비해 부동산 관련 문의가 10~20%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근로 소득이 있는 자녀에게 자신이 가진 부동산을 증여·매도하려는 문의, 서울 강남과 용산의 '똘똘한 한 채'를 추가 매수하려는 문의가 주를 이룬다.

지난 3일 정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집값의 최대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LTV 규제를 완화한 영향이다. 기존에 대출을 받을 수 없던 2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자산가들의 문의가 더 많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강남구 소재 WM센터 관계자는 "그동안은 다주택자들이 자녀에게 증여나 매도를 하려고 해도 대출 규제와 세 부담으로 망설이고 있었는데 1.3대책 이후 시세를 타지 않은 물건을 자녀에게 주겠다는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라며 "자산가들이 소득이 있는 자녀의 주택담보대출을 문의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위권 소득자는 아직 때가 아니다 '관망'
자산가들은 '규제가 완화된 지금이 타이밍'이라며 증여·추가 투자를 모색하는 자산가들과 달리 중저소득자들은 높아진 이자부담에,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여전히 차분한 모습이다. 남아있는 DSR규제를 비롯해 고금리, 꺾인 부동산 매수세 등 상황이 복합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강북구에서 대출중개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LTV 규제가 완화됐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대출 한도가 늘어난 게 아니다"라며 "5일부터 규제가 완화됐는데 부동산 매수 문의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소득자가 많이 있는 강남, 송파, 서초 이런 곳들은 15억원 이상 부동산에 대한 주담대가 풀리면서 수요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강북 지역은 딱히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관악구 소재 시중은행 관계자도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더 많다. LTV 규제 완화에도 가계 대출 문의가 거의 없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대출상담사 B씨는 "연봉 5000만원이면 최대 3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마이너스통장, 자동차 할부 등 다른 대출이 끼면 체감상 대출 금액은 많지 않다"라며 "현금 자산이 5억원 이상인 자산가, 고소득자들은 하반기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둔촌주공 인근 은행 전화 쏟아져
이런 가운데 시류를 타지 않는 강남3구와 용산, 1.3대책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둔촌 주공 등 일부 지역만 매수심리가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 팀장은 "시장에서는 '규제가 유지되는 지역들이 정부가 가격이 불안정하다고 보는 지역'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강남3구는 오히려 오를 수 있다고 보고 매수심리가 일부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둔촌 주공아파트의 인근 중개업소와 시중은행에는 문의가 빗발치는 등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둔촌동 한 공인중개소에서는 "당첨자 중 기존 규제 때문에 계약을 포기한 경우가 있었다“면서 ”규제 완화 소식을 듣고 뒤늦게 번복할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최근 잦았다"고 설명했다.

근처 시중은행도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는 반응이다.
둔총동 소재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대 수혜지로 꼽힌 후 맞벌이 부부, 대기업 직장인을 중심으로 대출 문의가 크게 늘었다”라며 "다만 고금리 상황에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대출 건수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이승연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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