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한걸음부터
2023.01.09 18:47
수정 : 2023.01.09 18:47기사원문
한국거래소 수장인 손병두 이사장의 새해 일성(一聲)이다. 이를 위해 낡은 관행과 불편한 규제는 과감히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처럼 코스피지수가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지는 등 장이 좋지 못할 때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끊임없이 등장해왔다. 애초엔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불안요인 때문에 많이 언급돼 왔지만 낮은 배당성향이나 후진적 지배구조, 미흡한 소액주주 보호 등 국내 증시의 다양한 문제점을 탓할 때 함께 나오는 레퍼토리가 됐다. 다만 해묵은 논란이라고 치부하기엔 지수 상승률은 실제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다우지수는 148%, 나스닥지수는 236% 올랐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같은 기간 140.6% 상승했다. 한국은 11.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본격적으로 칼을 뽑아들었다. 불투명한 배당제도부터 개편할 방침이다. 배당수익이 얼마일지도 모른 채 투자를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처럼 주주총회에서 배당액 규모를 먼저 확정한 뒤 배당 주주를 정하는 수순으로 바뀔 전망이다. 또 외국인이 상장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선 먼저 인적사항 등을 등록해야 하는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도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상장기업 물적분할 시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인수합병(M&A) 시 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도록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도 추진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몇 가지 개선된다고 바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최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같은 레벨의 기업이라도 '메이드 인 코리아' 딱지가 붙은 주식은 제값을 받기 힘들다"는 대사가 나왔다. 언젠가는 "우리 주식이 한때 제값 받기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높은 배당성향과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등으로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말을 들어보고 싶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증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