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코앞인데…"안 오른게 없다" 서민은 푸념·"돈 안쓴다" 상인은 한숨

      2023.01.11 05:00   수정 : 2023.01.11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설을 앞두고 밥상 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전기·가스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물가 상승에 지갑을 닫는 서민들이 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 행진에 "설이 겁난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적상추 4kg 평균 도매가격은 3만8840원으로 지난달 1만7868원 대비 2만972원(117%) 급등했다. 평년 가격인 2만3485원과 비교해도 1만5355원(65%) 올랐다.


오이, 애호박, 시금치도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만2644원이었던 애호박 20개 도매가격은 전날 3만7260원까지 상승했으며, 오이 10kg 도매가격도 전날 기준 5만3750원으로 한 달 만에 1만9450원(57%) 치솟았다. 시금치 4kg 도매가격도 지난달보다 5080원 올라 1만3940원을 기록했다.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설 차례상 비용도 전년 대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은 25만4300원으로 전년 24만290원 대비 5.8% 늘어났다. 여기에 최근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가스요금 인상까지 예고되면서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1일부터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됐다. 전기요금 조정으로 평균 4인가구의 월 전기요금 부담액은 4000원가량 늘게 됐다. 동절기 난방비 부담을 고려해 동결된 가스요금도 2·4분기부터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 만난 서모씨(33)는 “채소류부터 과일까지 안 오른 게 없어 쉽게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월급은 안 오르는데 물가만 오르니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탁모씨(59)도 “요즘 시장에 오면 한 번에 10만원은 쉽게 쓰니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안 사게 된다”면서 “물가가 너무 비싸 이번 설 명절 차례도 흉내만 내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닫힌 지갑에 소상공인도 타격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음식점을 하는 한 자영업자는 “금리도 높아지고 물가도 오르면서 다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같다”며 “장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도 “사람들이 지갑을 안 열면서 손님이 뚝 끊겼다”고 전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상공인의 체감 경기지수(BSI)는 56.5로 전월 대비 0.5p 내리면서 3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체감경기 악화 이유(복수응답)로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48.7%)’, ‘물가 및 금리 상승(21.9%)’, ‘유동 인구 감소(20.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다수는 고물가에 따른 원가 상승과 수익 감소,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대출상환 부담 증가 등으로 올해 경영환경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가계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하며 지출을 줄이고 있다”면서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외식을 먼저 줄이기 때문에 외식업계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물가 오름세가 멈춰야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열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까지 외식업계의 불황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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