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침범 北 무인기, 이란제 가능성...軍 '대북 확성기 재개' 검토
2023.01.11 11:18
수정 : 2023.01.11 11:18기사원문
고스 국장은 북한이 2014년과 2016년, 2017년에도 한국 영공에 무인기를 띄웠으나 모두 추락한 상태로 발견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무인기의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1990년대부터 무인기 기술을 연구해왔지만 최근 우리가 본 것과 같은 비행 시간과 회피 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며 "북한은 오랜 국방기술 협력국인 이란으로부터 받은 무인기나 무인기 기술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고스 국장은 "이란은 '샤혜드-136' 등 자폭 무인기와 '모하제르-6'과 유사한 정찰과 공격용이 합쳐진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 공군이 무인기들을 추적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미루어 비행 중에 경로를 바꾼 것으로 보이는데 이란 무인기들은 공중에서 경로를 수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븐 브라이엔 미국 안보정책센터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이란 무인기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홍콩 아시아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밝혔다.
그는 "이란제라면 한국군이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한 이유가 설명된다. 이란의 '샤혜드-136'은 충분한 비행거리(1800∼2500㎞)와 비행시간(6∼8시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북한의 이란제 무인기 사용은 한국 내 미군기지가 새롭고 중대한 위험에 노출됐다는 뜻"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RFA에 "북한은 이란과 많은 거래를 하면서 이란 기술을 얻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정부는 대북 심리전 재개를 유력한 대응 카드로 검토하는 가운데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도 대북 정보 유입 활동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무인기 등 북한의 도발행위가 계속될 경우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할 것을 지시하면서 우리 군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0일 대북 확성기 시설과 관련해 “대비태세 차원에서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 측으로 24여km 지역까지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선언을 계기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의 무력 도발이 노골적으로 9.19 남북 군사합의를 무력화하면서 남한의 선제파기 선언을 강요하는 수준으로 반복되고 북한 무인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부 당국은 더 이상 9.19 군사합의에 얽매이지 않고 비례적, 압도적 대응을 하겠다는 공세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 전문가들도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적 위협 대응에 확성기 방송, 전단 살포 재개가 필요하며 대북 정보유입이 중요하다'면서 '다양한 수단으로 북한에 정보 유입은 비군사적 대응으로 매우 유익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정보당국의 고위 관리를 지낸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재개 등을 검토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확성기 방송으로 정보를 유입하든 전단을 살포하든 북한 주민들에게 더 나은 교육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검토는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정권이 핵무력을 증강하고 한국을 주적이라고 부르며 유엔 안보리 결의와 남북 합의를 위반하는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최전방 북한 군대와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은 '가치 있는 노력'이란 것이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특히 대북 정보 유입은 북한 정권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비대칭 대응'이면서 '군사적 도발이 아니다'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정보 유입은 북한 정권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비군사적 대응으로 매우 유익한 선택"이라면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뿐 아니라 디지털 등을 활용한 많은 분야에 초점을 맞춘 포괄적인 정보 캠페인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