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금리가 20%, 차 구매 포기할래요"…신차·중고차 시장 직격탄
2023.01.17 17:15
수정 : 2023.01.18 13: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금리 여파가 자동차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신차의 경우 자동차 할부금리가 최고 연 14%, 중고차는 법정 최고치에 근접한 연 19.9%에 육박하면서 자동차 구매를 계획을 미루거나 아예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중고차 시장의 재고 매물도 급격히 늘고 있어 업계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이자 부담' 신차 계약취소 늘어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 할부금리가 급등하면서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전 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제네시스 GV80의 경우 작년에는 계약 후 30개월을 기다려야 차량을 인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이달 들어선 18개월로 1년 가량 단축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개선된 영향도 있지만 자동차 할부금리가 급등하면서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난 탓이다.
여신금융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아 쏘렌토를 60개월 할부로 구매한다고 가정할 경우 캐피털사의 자동차 할부금리는 최고 연 14% 수준이다. 캐피털사의 중고차 할부금리는 상단이 법정 최고치인 연 19.9%에 육박하는 곳들도 있다.
여신금융전문회사의 경우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어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시장 상황이 어려워진 탓에 자동차 할부금리 역시 덩달아 높아졌다.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자동차 대출은 금리가 10%를 넘지 않지만 대출로 분류돼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만큼, 향후 이율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자동차 금융상품의 금리가 오르자 완성차 업체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전속 금융사와 협의해 저금리 특판을 내세우고 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로 국내 시장에 쌓인 대기물량(백오더)만 100만대가 넘어 다른 업체 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작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가 올해 자동차 시장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 고금리에 재고 증가
완성차 뿐만 아니라 중고차 업체들도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았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차 등록대수는 28만5976대에 그쳐 전년 동월 대비 14.4% 급감했다. 전월과 비교해서도 7.7% 줄었다.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반도체난 여파로 중고차에 대한 문의가 끊이질 않았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며 "수요가 줄면서 딜러들도 재고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도 신중한 분위기다. 당장 이달부터 시범 판매를 시작할 수 있지만 본격 진출 시점은 올해 하반기로 잡았다. 중고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만큼 무리하게 사업 일정을 앞당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 모두 관련 준비 작업을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인증 중고차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