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등 발판 삼아 자본 확충... AMC '밈 주식' 한계 넘어설까
2023.01.29 18:47
수정 : 2023.01.29 18:47기사원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영업성적에서 이렇다 할 개선을 이루지 못한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 등이 막대한 자본조달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이른바 밈주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2021년 이후 개미투자자들과 기관투자자 간의 세력 다툼 속에 75억달러나 폭증했다.
'주식거래 민주화'를 내걸고 무료 온라인 주식 거래 플랫폼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로빈후드는 2021년 1월 말 밈주 거래를 제한하면서 소송에 휘말리는 등 잡음도 컸다.
로빈후드가 증거금 부족 때문에 거래를 제한했다는 설이 파다한 가운데 당시 거래 제한으로 치솟던 밈주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밈주 열풍은 이른바 '공매도 압박'으로 부르는 개미와 공매도 기관투자자, 헤지펀드 사이의 대결이었다. 게임기 소매체인 게임스톱, 영화관 체인 AMC 등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헤지펀드들이 대규모로 이들 종목을 공매도하자 개미들이 힘을 합쳐 이들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먼저 내다 판 헤지펀드들은 주가 상승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서둘러 주식을 되사기 시작했고, 기관까지 매수에 나서자 주가는 더 뛰었다. 수주일 사이 10배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밈주는 주가 상승의 혜택만 누린 것이 아니다. 주가 폭등을 발판으로 유상증자, 채권발행에도 나섰다. 대규모 자본조달에 성공하면서 자본구조라는 펀더멘털 개선을 함께 이뤄낸 것이다. 거품으로 끝났을 수도 있는 주가 폭등이 기업의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만드는 원동력 역할을 하면서 기업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이테이 골드스테인 교수는 "일부 거품은 실물경제에서 진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지만 어떤 거품은 실제 변화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골드스테인 교수는 자본조달을 통해 펀더멘털이 개선된 밈주 열풍이 자가발전 형식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들 기업이 밈주 열풍이라는 기회를 제대로 잡았고, 신주 발행까지 이뤄냈다는 설명이다.
밈주 열풍이 시작된 2021년 1월 이후 AMC는 유상증자와 채권 발행, 신규 투자자 모집을 통해 28억달러를 확보했다. AMC는 지난달 추가 자본구조 개선 계획도 내놨다.
대표적인 밈주인 게임스톱은 지난 2년 동안 18억달러를 마련,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캐피털IQ에 따르면 2020년 순부채(6억9000만달러)가 시가총액의 2배를 웃돌았던 게임스톱은 지난해 10월 현재 순현금 보유규모 4억6800만달러의 기업으로 변신했다. 2019년 이후 영업에서 흑자를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매출 증가율이 비용 상승률(17%)과 같은 수준이어서 적어도 적자가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모든 밈주가 환골탈태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목욕·가정용품 소매체인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는 주가 폭등에도 현금이 고갈돼 파산보호 신청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