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날 신고해?" 보복범죄 불지르고 살인까지.. 5년새 1600건
2023.01.31 05:00
수정 : 2023.01.31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지난해 6월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은 '보복 범죄'가 낳은 참사였다. 방화 용의자가 소송 과정에 불만을 품으면서 빚어진 참혹한 결과였다. 용의자 A씨는 아파트 재개발 사업 투자 관련 소송에 얽혀 있었다.
불이 난 사무실에 소속된 B변호사는 해당 소송에서 A씨 상대측인 시행사 대표의 변호를 맡은 바 있다. 사건을 심리했던 대구지법은 시행사 측 손을 들어줬고, A씨는 앙심을 품고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시 B변호사는 다른 지역 재판에 참석하는 바람에 화를 피했다.
지난해 신당역 스토킹 살해 및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등 보복 목적의 강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재범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년간 보복범죄 1600건 발생..'협박' 최다
1월 31일 경찰청에 따르면, 보복 목적 범죄는 △2018년 268건 △2019년 294건 △2020년 298건 △2021년 434건 △2022년 392건(12월 기준)으로 최근 5년새 무려 1600건이 넘게 발생했다.
보복범죄는 자신이나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재판과 관련해 고소·고발 등 수사단서 제공, 진술, 증언 또는 자료 제출에 대해 보복을 목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뜻한다.
2018~2021년 사이 발생한 보복범죄 유형으로는 협박이 600건(3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위력행사 274건 △폭행 260건 △상해 127건이 뒤를 이었다. 보복범죄가 살인으로 이어진 경우도 최근 4년간 9건에 달했다.
최근 보복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 잇따르면서 재범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최근 각종 사법적 다툼이 늘어나면서 사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자신의 뜻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타인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며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보복 범죄가 일어날 지 전혀 예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권력이 잠재적 피해자 양산을 막기위해서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9년 3월 경 서울의 한 식당을 찾아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C씨(65)는 식당 측에 탄원서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식당 측에서 탄원서 작성을 거절하자 C씨는 2021년 5월 피해자를 찾아가 과거 자신을 신고하고 탄원서를 써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때릴 듯한 자세를 취하고 욕설을 하는 등 피해자를 협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보복협박)했다.
C씨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누범 기간 중 자숙하지 않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동일하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정치권·시민도 "보복범죄 재범 방지 조치 필요"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최근 보복범죄를 저지른 행위자에 대해 수강명령·이수명령 등을 함께 내릴 수 있도록 근거를 두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전주혜 의원 등은 지난 25일 해당 내용을 골자로 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복범죄 행위자에 대해 △선고 유예시 1년간 보호관찰 명령 가능 △유죄판결 선고시 200시간 범위내 재범예방 수강명령 또는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 병과 등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관련 논문에 의하면, 시민 다수 역시 보복 범죄 방지를 위한 사법기관의 강한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윤호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조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피해자 신변보호 제도 개선에 대한 시민의 인식 연구' 논문에서 2021년 11월 1~22일 성인 266명을 대상으로 구속제도 등에 대한 인식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 시민 90.2%는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독자적 구속 사유로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피해자에 대한 보복 방지'(61.7%)와 '피해자의 심리적 안전감 고취'(21.7%)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