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손준비금 가동하나…심상찮은 연체율 증가세
2023.01.30 16:27
수정 : 2023.01.30 16: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코로나19로 수면 아래 있었던 가계, 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수 년째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우려했던 대출 부실이 현실화 될 조짐이다. 금융권은 코로나19 이후 대출만기 연장 등의 효과로 대출 규모는 증가하고 있지만 연체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비정상'으로 판단해 왔다.
■ 가계·기업대출 연체율 꾸준히 상승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가계 및 기업 대출 연체율 평균은 3개월 전인 9월 대비 모두 상승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평균은 12월 0.28%로, 9월(0.23%) 대비 0.05%포인트(p) 상승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9월 0.18%에서 12월 0.24%로 0.06%p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대출 역시 같은 기간 0.01%에서 0.02%로 소폭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 추세도 비슷하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9월 0.16%에서 12월 0.19%로 0.03%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이 같은 기간 0.12%에서 0.15%로 0.03%p, 신용대출은 0.24%에서 0.28%로 0.04%p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개인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연말 연체율이 연초보다 많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실제 0.15% 수준에서 잠잠하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9월부터 상승하더니 12월에는 0.24%까지 올랐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역시 1월 0.23%에서 12월 0.28%로 상승했다. 가계 주담대 연체율은 1월 0.10%에서 12월 0.15%, 신용대출 연체율은 1월 0.25%에서 12월 0.28%로 상승했다.
한은은 지난해 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자대출 중 부실 위험 규모가 올해 말 4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 금융당국,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 준비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특별대손준비금 제도 도입을 구체화하면서 업계는 시기와 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금융위는 향후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은행에 대손준비금의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금융위의 승인을 얻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금감원이 적립을 요구하고 나서 금융위에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넣었다.
금융기관이 쌓은 대손충당금이 부족한지 여부를 판단하고, 더 쌓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금감원에 준 것이다. 금감원은 이 기준으로 금융사의 어음부도율과 연체율 지표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특별대손준비금은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추진하던 경기대응완충자본 대신 도입한 제도"라며 "연체율, 부도율 등 차후 정책 지원 종료됐을 때 숫자를 기준으로 검토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은행이 쌓아야 하는 자본이다. 한은에 따르면 당국의 규제자본비율이 1%p 상승하면 전체 대출 증가율이 1.8%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