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업 나선 은행에 “드디어 돌아왔다” 반색한 고객들...노조 “업무방해로 고소” 반발
2023.01.30 15:54
수정 : 2023.01.30 15:54기사원문
30일 서울 강남구 소재 A은행의 한 영업점에서 만난 회사원 이은지씨(28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늘어난 은행 영업시간 덕에 은행 업무를 여유롭게 처리하고 회사에 복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의 뒤를 이어 은행 문을 나서던 정영훈씨(45)도 "은행을 많이 이용하는 고객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서비스가 이제야 시행됐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영업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복구된 이날 고객들은 “진작 돌아와야 할 영업시간이 이제야 돌아왔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지지부진한 노사 합의에 영업시간이 정상화된지 몰랐다는 반응도 있었다. 노조는 사측의 영업시간 원상복구가 합의 위반이라며 고소 조치에 나서며 강경 대응에 돌입했다.
■9시부터 문 연 은행에 고객들 "심리적 부담감 덜어"
30일 본지가 오전 동안 서울 강남 3구 일대 시중은행 영업점 4곳을 방문한 결과 모든 지점에서 대기표를 뽑은 지 1분도 안 돼 은행 창구로 향할 수 있었다. 영업시간 정상화 이전에 짧게는 10분에서 많게는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던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날 서울 서초구 소재 시중은행에서 만난 심양호씨(60)는 "원래 영업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였던 것을 코로나 때문에 조정한 것이니 정상화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1시간 차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훨씬 편안하게 은행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박모씨(70) 또한 "은행은 고객에게 봉사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는데 그동안 고객은 뒷전으로 하고 자신들의 권리만 찾으려 하는 것 같아 썩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며 “이제라도 돌아와서 천만다행”이라고 반겼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영업시간이 6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어나 소비자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14.4% 늘어났다"며 ”소비자들의 금융 수요는 불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 줄어든 은행 영업시간에 수요를 해결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었는데 이제 접근성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화한 노사 TF에 "영업시간 정상화 몰랐다"는 의견도
지지부진한 노사 TF에 영업시간이 늘어난 지도 몰랐다는 반응도 있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021년 7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발맞춰 은행 영업시간을 1시간 줄였다. 이후 영업시간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금융노사 TF를 결성했으나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와 영업시간 정상화 시점을 두고 합의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현장에는 영업시간 정상화를 아직 파악조차 못한 고객도 적지 않았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박모씨(47)는 "아직 은행 연장 공지가 많이 안 돼서 아침까지만 해도 오늘 영업시간이 정상화되는 게 맞는지, 네이버에 직접 찾아보고 왔다"며 "은행 업무시간 정상화 공지가 더 많이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찾은 은행 영업점 3곳은 문 앞에 ‘영업시간 변경 안내말씀’만 게재했고 나머지 한 곳은 영업시간 관련 공지를 부착하지 않았다. 오늘이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첫날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모씨(55)도 "각 은행이 계좌거래고객에게 카카오톡이나 메시지로 영업시간 정상화를 알리는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노조 "사측의 일방적 결정, 업무 방해로 고소할 것"
금융노조는 사용자 측을 경찰에 고소 조치할 예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금산노조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측은 지난 25일 각 회원사 앞 공문을 통해 30일부터 은행 영업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까지로 원상복구한다고 밝혔다”며 “이는 금융산별 노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금융노조는 사측이 성실히 TF에 참여하지 않고 영업시간을 일방적으로 환원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5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등 노사 대표급이 참여한 회의에서 노조측이 요구한 자료는 제공하지 않은 채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노조의 모든 제안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박홍배 전국금융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이를 명백한 노사합의 위반으로 보고 있으며, 법률자문으로부터 사측의 고발과 진정이 가능하다는 법적 해석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역삼동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의 경비원 박모씨(75)는 "마감시간이 '정상화'된 것이기에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다만 마감시간 임박해서 오는 고객분들 중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업무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은행원들 입장에서는 마감이 더 늦어져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