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바닥은 쳤다? 삼성전자·하이닉스 'V반등'
2023.02.02 17:12
수정 : 2023.02.02 17: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나스닥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급등세로 마감했다. 이어 2일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상승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돌입한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바닥은 쳤다'는 분석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5개월래 최고… 미 반도체주 폭등
2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업종을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51.55p(5.19%) 오른 3074.47로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5개월래 최고치다.
이 지수는 반도체 설계·제조·유통업 관련 회사 30곳의 주가를 포함하고 있다. 이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21.4% 급등해 미국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이날 반도체지수 상승은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AMD)가 예상치를 웃도는 지난해 4·4분기 실적 발표로 주가가 12.63%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컴퓨터 칩 제조업체인 AMD의 지난해 4·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6% 증가한 56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해 매출은 236억 달러로, 전년 대비 44% 늘었다. 코로나19 시기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해야하는 직원들을 위해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등을 대거 사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MD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7.20%, 마벨테크놀로지그룹 6.88%, 울프스피드 8.95%,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6.75%, 램리서치 6.03% 등 지수에 있는 전종목이 상승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떨어진만큼 올라
이에 힘입어 이날 국내증시에서도 삼성전자가 2.75% 오른 6만3500원에, SK하이닉스가 2.19% 오른 9만3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그동안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일단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급등한 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0.25%p 금리 인상과도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반도체는 금리에 민감하다. 스마트폰·PC 등이 대표 소비주라는 점에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생기면 반도체주들이 민감하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은 하반기에나…
반도체 업황은 여전히 수요 측면에서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기업도 실적이 좋지는 않은데 단지 최악의 국면은 지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반도체업계가 재고 조정을 하면서 연초에 재고가 줄어든데다 감산효과 등이 맞물려 최근 낸드 현물가격 하락이 거의 멈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업황이 안정화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다 중국의 경기부양, 바닥에 대한 기대 등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원은 "당장은 지속적으로는 오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실적 개선이 따르지 않은 상황이고, '바닥'에 대한 기대로만 올랐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과 재고부담 완화가 예상되고,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축소 및 감산효과 가시화가 전망된다"며 "또 2·4분기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하락 사이클에서 바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고객사 재고감소, 메모리 가격하락 둔화, 컨센서스 실적 하향조정 일단락)의 확인도 가능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하반기 업황 개선 기대감 및 중장기적인 매수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높은 유통 재고를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건은 부재하다. 주가의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저가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