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쓴맛 본 개미들 증시 이탈...거래, 2020년 1월 이후 최저
2023.02.05 02:50
수정 : 2023.02.05 02:50기사원문
팬데믹 이후 주식시장의 핵심 역할을 해 온 개미 투자자들이 떠나고 있다.
지난해 주가 폭락으로 쓴맛을 본 개미들이 손 털고 나가고 있는 것이다.
시장 핵심세력으로 부상한 개미들의 이탈은 주식시장 동력 약화를 부를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5년 만에 첫 순유출 우려
단순 주식 거래부터 옵션, 암호화폐 등에 이르기까지 금융시장 위험자산 무대에서 활개를 치던 개미들이 폭락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시장을 떠나고 있다.
개미들은 2008년 이후 최악을 기록한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고 지금은 위험성이 더 낮은 채권 등으로 갈아탔다.
개미들의 거래 규모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이하 현지시간) 리서치 업체 밴다리서치 분석을 인용해 1월 한 달 개미 투자자들의 거래 규모는 팬데믹 이전인 2020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전했다.
또 증권사들 실적 발표로 보면 팬데믹 이후 붐을 탔던 증권사를 통한 주식 투자도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골드만삭스는 가계의 주식 투자 규모가 올해 약 100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첫 순유출이 예상된다.
주식시장 최대 세력
개미들은 개개인으로 보면 투자 규모가 크지 않지만 뭉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개미들은 미국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집단이다.
개미들이 주식시장을 이탈하거나 주식 보유규모를 축소하면 지금처럼 주식시장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주식시장 모멘텀이 크게 위축된다는 뜻이다.
여전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계속된 금리인상, 이에따른 경기둔화 우려, 기업실적 악화 등 주식시장을 짓누르는 변수들이 즐비한 가운데 주식시장이 상승 동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로빈후드·레딧·게임스톱
주식시장의 개미 열풍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단어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주식거래 민주화'를 내걸고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팬데믹 기간 집에서 못 나오는 개미들을 주식투자 세계로 인도한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이 플랫폼을 토대로 개미들의 주식투자가 본격화했다.
인터넷 질의응답 사이트인 레딧은 개미들의 투자 종목 선정에 큰 역할을 했다. 레딧의 주식투자 관련 하부 사이트인 월스트리트벳츠에서 개미들은 주식투자 정보를 서로 교환했다.
이들이 투자정보를 교환해 주식시장 변방에 있다가 중심 무대로 떠 오른 스타도 있다. 게임기 소매체인 게임스톱이다. 이른바 밈주의 효시다.
개미들은 게임스톱의 공매도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다는 점에 주목했고, 이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가격을 끌어올렸다.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은 주가가 오르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덩달아 매수에 나섰다. 공매도압박이다. 이때문에 주가는 더 뛰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이 심각한 손실을 기록했다.
개미가 기관에 맞서 의미심장한 승리를 거둔 게임스톱을 시작으로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 생활용품 소매체인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 등 이른바 '밈주'라고 부르는 종목들이 탄생했다.
발 빼는 개미들
그러나 개미 투자자들은 이제 발을 빼고 있다.
밴다리서치 추산에 따르면 개미 투자자들의 평균 포트폴리오는 2021년 12월 정점을 찍은 뒤 평균 가치가 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낙폭 13%의 2배가 넘는다.
개미들이 시장 전반의 흐름보다 더 큰 손실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신규 개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관문 역할을 했던 로빈후드의 월간 활동사용자 수는 2021년 7월 28일 기업공개(IPO)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모간스탠리, 찰스슈와브 등 전통적인 증권사들의 하루평균 개미투자자들의 거래 규모 역시 최소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개미들이 발을 빼면서 1월의 주식시장 상승세 역시 동력을 잃고 약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