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러시아에 군수 물자-반도체까지 공급, 우크라 침공 도와
2023.02.05 15:00
수정 : 2023.02.05 15:00기사원문
■中 국영 기업, 러시아에 군수물자 수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가 입수한 지난해 4~10월 러시아 세관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우크라 침공을 도왔다고 전했다.
WSJ에 의하면 중국 기업 폴리테크놀로지는 지난해 8월 31일 러시아 국영 군사장비업체 JSC로소보넥스포트에 군용 헬리콥터의 항법장치를 수출했다. 같은 달 중국 푸젠나난바오펑전자도 동일한 러시아 업체에 장갑차용 통신방해 망원안테나를 판매했다. 지난해 10월 24일에는 중국 국영 항공기제조사 AVIC가 러시아 방산업체 로스텍의 자회사에 120만달러(약 15억원) 규모의 수호이(Su)-35 전투기 부품을 넘기기도 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시노전자는 지난해 4∼10월에만 1300건, 총액 200만달러 이상 물품을 러시아에 공급했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 확립과 특수 군사작전 수행에 필요한 기술적 잠재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도체도 중국이 공급
중국은 군수 물자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필요한 반도체 역시 공급했다. 반도체는 민간 업체가 수입해도 군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품목이며 부분적으로 서방의 제재 목록에 들어가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민간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인 국제금융협회(IIF)의 지난 1일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가 서방 대신 중국과 튀르키예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했다고 전했다.
IIF에 의하면 러시아는 지난해 1∼9월 전년 동기(18억달러)보다 많은 24억5000만달러 상당의 반도체와 전자회로를 수입했으며, 중국·홍콩이 러시아가 수입한 반도체의 약 40%를 공급했다. IIIF는 한국, 독일, 네덜란드 같은 나라가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줄이는 가운데 중국과 홍콩이 러시아에서 반도체 공급원으로서 입지를 넓혔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이 지난해 러시아 전체 수입의 36% 이상, 수출의 20%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대(對)러시아 수출은 761억2000만달러로 전년(675억7000만달러)보다 증가했다. 그중 반도체와 전자회로 수출은 3억1293만달러 규모로 전년(2억3197만달러)보다 34.9% 늘었다. 지난해 중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규모 역시 전년(793억2000만달러)보다 늘어난 1141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류펑위 주미중국대사관 대변인은 WSJ 보도에 대해 "중국이 러시아에 원조를 제공한다는 주장은 사실적 근거가 없고, 순전히 추측에 불과하며 의도적으로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美, 튀르키예 등 중동에 압박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 정부는 중국같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 때문에 제재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달 5~6일 중국을 방문해 러시아와 무역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정찰 풍선 문제로 방문을 취소했다.
미국은 중국 외에도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 튀르키예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같은 중동 국가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지난주 튀르키예·UAE를 방문해 제재 참여를 압박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우크라 사태 이후 서방과 러시아의 중재를 자처하면서 러시아 천연자원을 저렴하게 구입했다. 동시에 서방의 제재를 피해 러시아로 향하는 수출량을 늘리기도 했다. UAE 또한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부유층에게 도피처를 제공한다는 의혹을 샀으며 실제로 러시아 신흥 재벌들의 호화 요트가 UAE에서 발견되었다.
NYT에 의하면 넬슨은 튀르키예에서 중앙은행, 재무부, 외무부, 민간은행 관계자 등과 접촉해 러시아 제재 위반 기업 단속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튀르키예가 경제적 악영향을 우려했으나 미국의 요구를 수락했다고 전했다. 넬슨은 UAE에서도 비슷한 압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