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실효성 의문" VS "다 죽으라는 소리"...대형마트 의무휴업 논란

      2023.02.07 16:20   수정 : 2023.02.07 17: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구시가 오는 13일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꾸기로 하면서 시민들과 관련업계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전국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소속 기초자치단체 전부가 대형 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건 대구가 처음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난립하면서 지난 2012년 처음 도입됐다.

골목상권 침해를 제한하고 대형마트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에 따라 당시 법이 개정됐다.

대구시는 시민 주말 장보기를 수월케 하기 위해 의무휴업일을 바꾼다는 입장이다.
대구를 시작으로 다른 지자체들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기는 방안을 잇따라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경기도의 경우 상당수 시군은 오래전 관련 조례를 개정해 대형마트가 평일에 쉬도록 하고 있다.

시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직장 일로 바쁜 평일보다 주말에 장 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접근성 측면에서도 주차 등 시설이 잘 돼있는 대형마트가 편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주말 이용객이 줄어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시민들 "주말 장 보기 편해져"
7일 서울에서 만나본 시민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지정'이 대구 이외 다른 지자체에도 확산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정주부 홍모씨(41)는 "주말에야 장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보니 대형 마트가 휴일에 열면 선택 폭이 넓어져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모씨(38)는 "전통시장 인근 대형마트는 빼더라도 다른 대형마트들은 주말에도 열었으면 좋겠다"면서 "전통시장이 멀리 있고 주차도 불편한데 시장을 보호한다고 시민을 불편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을 매일 보는 것도 아니고 대형마트가 하루 쉰다고 동네 슈퍼나 전통시장에 가지 않는다"면서 "휴업일이 언제인지도 중요하지만 전통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이용자들이 편하도록 주차 시설 등을 넉넉히 갖췄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류모씨(39)도 "시장을 살리려면 대형마트를 강제로 휴업시킬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투자하는 등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사람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었다. 온라인 등 다른 소비 채널이 많아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모두 찾는 빈도가 줄었다는 것.

이날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던 윤모씨(52)는 "대형마트가 언제 쉬든 쿠팡과 마켓컬리 같은 곳에서 주문하면 신선식품도 다음날 새벽에 문 앞까지 배달된다"면서 "온라인 쇼핑으로 물건 사는 경우가 많아 대형마트가 언제 쉬든지 큰 불편은 못 느낀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생존하려면 의무휴업일이 아닌 다른 활성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김모씨(42)는 "집 인근 전통시장들은 주차장도 없고 시설도 좋지 않은데도 시장 내 소문 난 맛집이 있어 20~30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면서 "강제로 마트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말고 전통시장을 찾을 유인을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전통시장 상인들 "주말에 마트와 경쟁이 되겠나"
전통시장 상인의 목소리는 이런 시민들의 반응과 다소 온도 차이가 존재했다. 지자체가 10년 넘게 지켜온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랐다.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잡곡을 판매하는 박모씨(65세)는 "서울에서도 의무휴업일이 해제나 변경되면 전통시장은 당연히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평일보다 주말에 30% 정도 손님들이 더 찾는데, 이들이 대형마트로 몰리면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장에서 족발을 판매하는 김모씨(62세)는 "의무휴업일로 바뀌거나 없애는 것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다 죽으라는 소리'"라며 "주말의 경우 아무래도 손님들이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니 많이 찾아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과거에 비해 전통시장 상인들도 의무휴업일에 기댈 것이 아니고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서울 한 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1)는 "의무휴업이 없어지든 평일로 옮겨지든 상관없을 것 같다. 우리 가게 고기의 질을 보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며 "우리 가게만 놓고 보면 대형마트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전통시장이 경쟁력이 없다고 보는 시선이 이상하고 불쾌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 청과물점을 운영하는 임모씨(64)도 "의무휴업이 폐지되거나 평일로 옮겨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며 "어차피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손님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형 마트의 일부 종업원들도 의무휴업일 변경을 반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마트 입장에선 좋은 일이지만 직원 입장에선 주말에 쉴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반찬가게 종업원 한모씨(62세)는 "대형마트 종사자들은 쉬는 날이 불규칙해 가족끼리 함께 모이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일요일 의무 휴업으로 인해 주말 가족 행사가 수월해졌던 장점은 있었다"면서 "마트 입장에선 주말 장사가 잘 돼야 매출이 오르겠지만 직원 입장에선 불규칙한 생활이 다시 시작된다"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