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대출금리 더 낮춰라" 정치권 압박에 난감한 당국
2023.02.08 17:58
수정 : 2023.02.08 17:58기사원문
8일 정치권·금융권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의 정책금융 금리인하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김병욱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긴급생계비대출과 관련, "대출한도(100만원)가 적고 금리(15.9%)가 높다는 점에서 생색내기·구색맞추기용 대책에 불과하다"며 "무이자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해주는 것이 타당하고, 아무리 높아도 '햇살론 유스' 금리인 3.5%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4%대 금리로 운영 중인 특례보금자리론을 두고도 "추가로 금리를 내려라"라는 압박이 나왔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요건 제한 없이 9억원 이하 주택을 가진 1주택자나 무주택자가 4%대 금리로 최대 5억원을 빌릴 수 있는 정책모기지 상품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3%대로 진입하면서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며 "우대형에서만 적용 가능한 우대금리를 일반형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된 재원으로 정책금융을 운영해야 하는 금융당국은 난감한 표정이다. 예산 증액 없이 어떻게 대출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내릴 수 있겠느냐는 불만이다. 실제 정치권은 지난해 12월 올해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긴급생계비대출 관련 예산 증액을 논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국고채 5년물과 주택저당증권(MBS)의 금리차 및 기타 비용을 고려해 금리가 조정될 수 있지만, 긴급생계비대출은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가 추가로 지원하지 않는 한 당장 추가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당국뿐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여야가 관치를 넘어서 금융을 통해 정치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책금융이 민간영역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복지정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금융은 복지정책과 다르다. 상환을 하지 않아도 되는 복지와 다르게 대출상품 등은 상환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민간 금융영역에서 하지 못하는 걸 보완하는 게 정책금융인데 지금은 취지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전 국민 지원금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금과 같이 복지 성격을 갖춘 '지원금'과는 다른데 점점 지원금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복수의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당국은 일단 긴급생계비 대출 등 기존에 발표한 계획대로 상품을 출시하되 향후 재원마련 여력, 시장상황 및 금융안정 등을 고려해 금리인하 등 세부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