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지하철 시위' 그렇게 했어도..변한건 없었다
2023.02.10 05:00
수정 : 2023.02.10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지난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지속해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는 경찰조사를 받지 않았다. 지난해 7월 14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출석했다가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하면서다. 박 대표는 "경찰서가 장애인이 이용할 정당한 편의시설을 다 설치하면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겠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당시 서울경찰청 산하 경찰서 31곳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모두 10곳이었으며, 현재까지 이곳 모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민중의 지팡이인 치안의 최일선에 있는 경찰서조차 장애인 편의시설을 외면하고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장애인편의시설 설치규정을 위반한 건수가 228만에 달하는 데도 시정명령을 내린 건수는 고작 8200여건(0.0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정명령 건수 5년간 8200여건 그쳐
위반 유형별로는 편의시설 미설치가 179만건, 편의시설을 규정대로 설치않은 사례가 48만8000여건으로 집계됐다.
현행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통신시설 등에 점자 안내판, 경사로, 장애인용 승강기 등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법 위반시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시설주에게 편의시설을 설치하거나 관리·보수토록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전수조사 이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지자체가 시정명령을 부과한 사례는 8211건으로 전체 규정 위반 건수의 0.03%에 불과했다.
또 지자체에 시정명령 권한이 있는 보건복지부도 5년간 단 한번도 시정명령을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최 의원실은 밝혔다.
심지어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시설주에 대한 제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최 의원실은 주장했다.
그나마 시정명령을 받은 8211건 중 무려 1333건이 미이행되었지만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사례는 고작 6건(0.45%)에 그쳤다.
현행법상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시설주의 경우 3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토록 돼 있지만, 해당 지자체가 조치하지 않았다고 최 의원실은 덧붙였다.
설치의무자 비용 지원·세액 공제 필요
이처럼 제대로 시정이 되지 않은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편의증진법'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편의증진법이 1998년 시행되기 전 지어진 건물에는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소급 적용할 수 없다. 당초 전장연이 지난해 수사를 받기로 했으나 엘리베이터가 없었던 중부·종로·혜화·용산경찰서 등 4곳 또한 1998년 이전에 준공됐다.
또 편의증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2022년부터 신축·개축·증축되는 건물 중 바닥 면적이 50㎡ 이상인 곳에만 설치 의무가 있다.
이동석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는 보수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소급입법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UN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는 바닥면적과 건축연도 기준을 없애라고 권고하고 있다"며 "모든 편의시설을 설치하기에 비용이 너무 부담된다면 출입구 등 일부 필수적인 시설이라도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의원은 "강제적 수단만으로는 비용을 수반하는 편의시설 설치를 유도하기 부족하다"며 "설치 의무자를 위한 비용 지원과 세액 공제 등 경제적인 유인책이 함께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