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 중소형주 ‘훨훨’ 나는데… 몸값 높은 대형주 ‘쩔쩔’
2023.02.12 20:15
수정 : 2023.02.12 20:15기사원문
■중소형주 IPO '따상' 랠리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기업 7곳 가운데 4곳이 '따상'에 성공했다. 지난해 '따상'이 단 3곳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흥행몰이에 성공한 양상이다.
대다수 새내기 기업은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에서 결정되는 등 증시 입성 전부터 성공을 예감하기에 충분했다. 유아가구 전문기업 꿈비는 수요예측에서 15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을 넘은 5000원에 확정됐다.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미르 역시 1701건의 기관투자자를 모았다. 공모가는 상단(1만9500원)으로 결정됐다. 이 밖에 미래반도체, 한주라이트메탈도 공모가가 상단에서 결정되는 등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이들의 공통점은 상장 후 몸값이 2000억원에 미치지 않는 소형주라는 점이다. 스튜디오미르(1004억원), 미래반도체(866억원), 한주라이트메탈(603억원), 꿈비(397억원) 등으로 최종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1000억원 안팎이다.
오브젠(698억원)은 공모가가 하단으로 결정되는 등 수요예측에선 부진했지만 상장 첫날 '따상'을 이뤄냈다.
이와 달리 대어급은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컬리와 케이뱅크가 상장을 미룬데 이어 오아시스도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면서 증시 입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7~8일 진행된 오아시스 수요예측에서 다수의 기관 투자자가 공모가 희망밴드(3만500~3만9500원) 하단 아래를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의 공모가 기준 시총은 9679억~1조2535억원으로 올해 첫 대어로 꼽혔으나 지금은 상장 연기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침체기…공모가 낮아야 성공"
이처럼 IPO 시장이 양극화를 나타내자 '낮은 공모가'가 성공 기준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아직 시장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은 데다 경기 침체 등에 대한 우려로 비교적 부담이 적은 종목에 투자심리가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이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IPO가 성공하는 분위기"라며 "공모가가 절대적으로 낮아야 하고, 공모금액은 작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0~2021년에는 유동성이 풍부해 밸류에이션보다 과하게 공모가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국내 증시가 침체기"라며 "공모가가 합리적이라는 이점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직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해 대형주의 성공은 앞으로도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부에서는 중소형 종목의 전성기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된다.
방원석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코어밸류본부 팀장은 "실물경제 부진의 영향이 전해지지 않았다. 향후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대형 종목은 상장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연구원은 "대형주에 대한 투자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 내년은 돼야 대형주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소형주는 연초 국내 증시가 랠리를 펼치면서 살아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시장이 계속 좋을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