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좋을 순 없다" 상사업계, 원자재·환율 양날개 달고 훨훨

      2023.02.16 16:53   수정 : 2023.02.16 16: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도 국내 종합상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원자재 수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고 환율 강세까지 더해져 수익성이 극대화된 결과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너지와 합병 효과로 지난해 영업이익 1조1740억원을 거둬 사상 처음으로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8.8% 증가한 수치다. LX인터내셔널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7% 늘어난 9655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거뒀다.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현대코퍼레이션의 영업이익은 각각 3970억원과 668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4%, 91% 증가했다. 양사 모두 창사 이래 최대의 성과다.

상사업계 호실적의 배경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로 가스·철광석·유연탄 등의 원자재 수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값이 치솟았다. 이에 미얀마 가스전을 확보해 운영해 온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작년 호주 천연가스 업체 세넥스에너지까지 인수하며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봤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중국, 호주 등지의 석탄 광산과 인도네시아 팜 농장 운영을 통해 실적을 높였다. 현대코퍼레이션도 베트남 11-2광구를 비롯해 오만·카타르·예멘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으로 자원 개발 호재를 누렸다.

아울러 달러 강세 현상도 업황 호조를 이끌었다. 원재료를 수입해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개 역할을 하고 수수료를 얻는 상사업체 사업구조의 특성상 다른 업계와는 달리 고환율이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환율 상승 뿐 아니라 공급망 위기 속에서 팜유, 유연탄 등 자원 시황도 상승해 전반적인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다각화'로 경기 침체 본격화에 대응한 것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상사업계는 트레이딩에 주력하던 기존 역할에서 탈피해 자체 신사업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유연탄광인 호주 나라브리 광산에 지분을 투자하고 최근에는 포스코에너지를 흡수 합병해 LNG 사업 경쟁력도 강화했다. LX인터내셔널은 소재·신재생 사업 확대를 위해 한국유리공업과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를 인수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에서 태양광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현대코퍼레이션은 일본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자동차 부품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에도 상사업계의 호황 기조가 계속될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고물가·고환율로 글로벌 수요와 물동량이 점차 줄어들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변화 되는 공급망 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트레이딩 중심의 사업에서 더 나아가 자체 사업 부문을 확대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올해 수익성 여건이 전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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