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한국형 IB 대표주자 발돋움… ‘1조 클럽’ 입성
2023.02.16 18:55
수정 : 2023.02.16 18:55기사원문
■한국형 IB로 우뚝 섰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9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5.1% 증가한 수치로 사상 처음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세전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1332억원과 8281억원으로 각각 8.2%와 5.8% 늘었다. 영업이익, 세전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IB)과 자산운용 부문에서 압도적인 수익을 내며 차별화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증권사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도 남다른 리스크 관리 능력을 내세워 '디폴트 제로(Zero)'를 이어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발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 채무보증 규모를 선제적으로 줄였다. 지난해 말 채무보증액은 4조5624억원으로 2019년 말(8조5238억원) 대비 46.5% 축소했다. 안정성을 중시하며 선순위 대출에 주력한 덕에 메리츠금융그룹의 선순위 비중은 95%, 평균 부동산담보비율(LTV)는 50%를 나타냈다. 담보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져도 원금 회수에는 지장이 없다는 의미다.
지난달에는 롯데그룹과 롯데건설 채권 매입을 위한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했다. 롯데그룹은 자금 유치를 통해 롯데건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자금시장 경색으로 비롯된 시장의 우려를 해소했다. 이번 투자는 자본시장의 실물경제 지원 강화라는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점에서 한국형 IB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3사 합병과 주주환원으로 도약
메리츠증권의 모든 사업은 프라이싱(Pricing·가격 정책)을 통해 결정된다. 프라이싱은 메리츠금융그룹의 모든 의사 결정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신중하게 결정하되 남과 다르게 한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한다. 정밀한 프라이싱을 통해 남들이 외면하는 곳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시장가격과 손익분기점(BEP)을 비교한 후 시장 진입을 결정한다. 시장에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 정밀 분석하고 시장가격이 BEP보다 낮은 영역에는 진입하지 않는다. 반대로 시장에 소수의 증권사가 서비스하는 상품이라도 시장가격이 BEP보다 충분히 높다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을 내세워 과감하게 진입한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한국기업들이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쪼개기 상장, 문어발식 확장과 반대되는 행보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한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상장폐지하고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 지난해 11월 이들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위한 포괄적 주식 교환을 공시했다. 오는 4월 5일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주식교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배구조 개편안은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 포기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75.9%를 보유한 조 회장의 지분율은 주식교환에 따라 47% 수준으로 하락한다. 조 회장은 "그룹 전체의 파이를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해 보자"고 말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도 환영받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회계연도부터 3년 이상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했다. 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포함해 여러 방식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