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회계법인, ‘원 펌’으로 해외 도전...SK 계열 美법인 회계업무 단독 수주
2023.02.16 18:55
수정 : 2023.02.17 08:28기사원문
16일 업계에 따르면 예일회계법인이 2016년 설립한 미국법인 예일아메리카는 최근 3년여 동안 SK 계열 미국법인들의 감사·세무 의뢰를 수행하고 있다. SK배터리아메리카, SK피유코어USA, SK마이크로웍스아메리카 등이 대표적이다. 회계업무뿐만 아니라 회사 인수, 설립 자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SK 현지 협력사들과도 연결되면서 일감을 따내기도 했다. "국내 회계법인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SK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회계법인의 수준을 글로벌 차원으로 끌어올리겠단 뜻이다. SK그룹 입장에선 유일하게 해외법인을 갖춘 예일회계법인을 첫 주자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은행들이 먼저 찾으며 길을 터줬다. 이전까진 해외 지점을 둔 금융사들 대부분이 글로벌 빅4 회계법인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비용 부담을 느끼던 찰나 현지 법인이 있는 예일회계법인에 일을 맡겨봤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깔끔하게 처리한 덕택에 입소문을 타고 고객들이 찾았다.
현재는 SK를 포함해 LG, CJ, 삼성, 롯데, 셀트리온, 이마트, 유한양행, 대한통운 등 국내 굵직한 기업의 해외 법인 및 지사들도 고객사 리스트에 올라있다.
예일아메리카 미국 법인에는 전문인력 1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국내 회계사 5명을 파견했고 현지에서 한국계 미국 회계사 5명과 행정직원들을 채용했다. 이들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애틀랜타 등지 사무소에 나눠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 예일회계법인 미국법인의 매출은 연간 500만달러(약 64억원) 수준이다. 고객사가 속속 늘고 있는 데다 미국 현지 기업들까지 그 범위를 확대할 경우 몸집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예일회계법인 측의 판단이다.
소위 빅4 회계법인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삼일·삼정·한영·안진은 국내 회계시장에선 독보적 지위를 점하고 있으나 각각 PwC·KPMG·EY·딜로이트의 파트너사다. 독자적인 명패를 들고 해외로 발을 뻗는데 제약이 있다. 예일회계법인이 그 틈새를 노린 셈이다. 또 대다수 회계법인이 채택하고 있는 독립채산제가 아니라 원 펌(One Firm) 형태여서 해외에 전담조직을 꾸리는 게 한결 수월했다는 설명이다.
예일회계법인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비즈니스 동반자로서 협력 관계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라며 "아직은 먼 미래지만 글로벌 대형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해외 시장에 국내 회계법인의 이름을 내미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