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늘리겠다는 국회, 벼룩도 낯짝이 있음을 알라

      2023.02.23 20:25   수정 : 2023.02.23 20:25기사원문

김진표 국회의장 산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3가지 선거제 개편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다. 문제는 첫번째와 두번째 안이다.

비례대표 의원을 50명 늘려서 전체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350명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 확대는 수차 언급해 온 김 의장의 소신이다.
다당제를 전제로 지역 간, 세대 간의 대화를 촉진하고 타협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만들어가자는 게 김 의장의 주장이다. 소선거구제도로 치른 지난 다섯 차례 총선의 사표(死票) 비율이 평균 48.5%로 너무 높다는 것이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김 의장의 주장은 이유와 일리가 없지는 않다. 인구와 대비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다른 나라보다 적고 비례대표 비율이 낮은 것도 맞다. 그러나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의원들의 업무 효율과 자질 문제다. 일은 하지 않고 정쟁에 빠져 있으면서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의원 수를 늘리자는 그들의 주장에 동의할 국민은 거의 없다.

우리 국회의원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비는 세계에서 이탈리아와 일본 다음으로 높다. 보좌진이 9명이나 딸리고,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네댓 배나 넓은 사무실을 쓰는 등 온갖 특권이 200가지가 넘는다. 임기 4년 동안 의원 1인당 지원되는 금액이 34억여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의원 보수 대비 국회 효과성 면에서 꼴찌인 이탈리아 다음이 우리나라다.

효과성이 2위인 스웨덴이나 5위인 덴마크는 의원 전용차가 없고, 의원 두 명당 비서 한 명만 둔다. 영국, 캐나다 등은 세비를 별도 기구에서 정하고 의회는 거절할 수 없다. 한국은 때만 되면 국회가 세비를 셀프 인상한다. 누가 제지할 방법도 없다. 그래도 이탈리아는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탈리아는 헌법을 고쳐 올해부터 상원의원은 315명에서 200명으로, 하원의원은 630명에서 400명으로 줄였다.

각국의 현실과 비교하면 우리는 도리어 의원 수를 줄이는 게 맞다. 의원 수가 적어서 일을 하지 않고 있는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의원 자신들도 잘 안다. 그래서 2년 전 월 3회 이상 법안심사소위를 열도록 국회법을 고쳐 아예 정해 놓았다. 그동안 이를 지킨 상임위는 단 한 곳도 없다. 그러면서도 세비는 꼬박꼬박 챙겼다.


입만 열면 민생을 부르짖으면서도 상대방 공격과 발목 잡기, 포퓰리즘 남발로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의원들의 실상이다. 국민들이 이름도 잘 모르는 비례대표 의원 47명이 이번 국회에서 한 일이 도대체 뭔가. 의원이 늘어나면 일보다 싸움만 더 할 것이다.
그래도 의원 수를 꼭 늘리고 싶다면 세비를 대폭 깎고 특권을 내려놓기로 진정성 있게 약속한 다음에 국민들 앞에 요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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