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대물림만은 막자" 신용보험법 세번째 발의, 이번엔 통할까
2023.03.03 05:00
수정 : 2023.03.03 05:00기사원문
하지만 법안 취지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은행 등 대출 창구에서 신용 생명보험을 금융소비자에게 예외적으로 권유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신용 생명보험법'은 2018년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에 이어 2021년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발의했지만 소위 '쟁점 법안'이 아닌 데다 정부도 뒷짐지면서 표류하고 있다.
미성년자 개인파산 반복되는데‥ 뒷전에 밀린 신용보험법
2일 정치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3월까지 부모의 빚 대물림으로 인해 개인파산을 신청한 미성년자는 80명으로 집계됐다.
윤관석 당시 국회 정무위원장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는 "채무자 유가족의 '빚 대물림'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신용보험 권유행위를 부당권유행위에서 제외 가계의 빚 대물림으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려는 법안의 개정 취지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금소법 제 21조(부당권유행위 금지)에 단서조항을 만들어 ▲신용 생명보호 등 대출 상품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고 ▲금융소비자 보호 효과가 있을 경우는 대출 계약 시 보장성 상품을 함께 권유하는 행위를 '부당권유행위'에 대한 예외 규정으로 삼자고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은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을 뿐 법안을 세부적으로 심사하는 소위원회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다만 신용보험을 은행 창구 등에서 권유하는 행위가 윤 의원이 발의한 '부당권유행위'보다는 현행법상 '불공정영업행위'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검토보고서의 지적대로 금융위가 금융감독규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보고서는 "현행법에서 불공정행위의 구체적인 유형이나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법률보다 대통령 등 하위 규정에 반영하는 것이 법 체계상 적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서 박선숙 의원도 신용보험 활성화를 통해 부채 상속 문제를 해소하려는, 즉 윤 의원의 금소법 개정안과 같은 취지를 가진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난 2018년에 발의했다. 이 법안은 대출 제공일 전후 한 달 내 보험계약체결 권유행위라도 대출받은 자가 사망하면 미상환액을 보상하는 보험계약 체결 권유행위를 금지행위에서 제외했다. 당시 보험업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도 법안 취지의 타당성을 인정했지만 법안 취지와 달리 신용보험계약 체결 권유행위 허용이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 법은 상정됐지만 논의에서 밀렸다.
與도 법안 발의 채비‥ 논의 본격화 기대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금소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 의원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대출 급증으로 궁지에 몰린 소상공인들의 자녀인 미성년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법안 발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윤 의원의 금소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바탕으로 금소법 개정안 제 20조(불공정영업행위의 금지)에 단서조항을 넣는 방향으로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대출성 상품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자가 사망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미상환액을 보장하는 보장성 상품과 같이 금융소비자 보호의 효과가 있는 상품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상품을 권유하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예외로 두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제20조의 2항을 신설해 제1항에 있는 행위에 신용생명보험을 판매하는 것을 예외로 두는 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무쟁점' 법안이라 역설적으로 관심도가 쟁점 법안에 밀린다는 데 있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 의원이 이 사안을 지적했지만 금융감독규정을 개정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이 법안은 취지는 좋지만 해외에 사례가 있을 뿐 국내에는 신용 생명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가 거의 없으니 정부도 관심이 없다"면서 "일단 논의 자체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고 정부가 의지를 다진다면 통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도 "정부가 할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검토할 만한 법"이라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