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논쟁' 넷플릭스 "CP 과금, 콘텐츠 산업 해칠 것"
2023.03.01 11:01
수정 : 2023.03.01 11:01기사원문
【바르셀로나(스페인)=김준혁 기자】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네트워크 인프라 증설을 위해 이뤄지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대한 과금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또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를 통한 기여를 언급,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인 통신사와 CP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터스 CEO는 2월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피터스 CEO는 "브로드밴드 소비자에 더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은 ISP가 동일한 인프라에 대해 비용을 두 번 청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통신사들이 주요 CP들에게 "공정한 기여"를 거듭 촉구한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셈이다. 넷플릭스 CEO가 공식 석상에서 직접적으로 망 이용대가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터스 CEO는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 게임'을 언급하면서 CP에 대한 과금이 '소비자 피해'라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럽 권역 내 규제기관인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 등 일부 기관에서는 망이용료 과금의 효율성과 정당성 부재 등을 이유로 망 이용대가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피터스 CEO는 "(CP까지 망 이용료를 분담할 경우)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창작 커뮤니티를 해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고가의 통신사 요금제가 가진 매력을 반감시킬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럽소비자단체연합인 BEUC의 지적을 언급, "(ISP의 행동이) 소비자들을 위한 더 낮은 가격 혹은 더 좋은 인프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CDN을 비롯해 콘텐츠로 유발되는 트래픽을 낮추기 위한 노력들도 언급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10억달러(약 1조3250억원) 이상을 투자해 자체 CDN인 오픈커넥트를 만들었고 이를 ISP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현재 175개국 6000여곳에 위치한 1만8000여대의 서버가 오픈커넥트의 일부로 연결작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CDN을 통해 트래픽 분산, 인프라 비용 부담 완화 등에 이미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파일 크기를 줄이고, 대역폭 사용을 최적화하는 인코딩 기술도 개발했다"며 "덕분에 2015년과 2020년을 비교했을 때 같은 품질의 동영상을 전달하는 데 요구되는 비트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CP에 대한 망 이용료 부과가 '이중과금'이라는 주장도 거듭 내세웠다.
피터스 CEO는 "트래픽을 사용하는 브로드밴드 소비자들은 이미 구독료를 통해 네트워크 개발을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소비자에 더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 역시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은 ISP가 동일한 인프라에 대해 비용을 두번 청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넷플릭스의 영업 마진이 브리티시 텔레콤, 도이치 텔레콤보다 현저히 낮다는 부분도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다"라며 "예전 유료TV 시절의 방식을 생각해서 오히려 넷플릭스가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콘텐츠 제작 비용을 같이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고 말한 그는 "ISP와 CP가 각자가 강점을 가진 영역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한다면 상생과 공동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터스 CEO는 "넷플릭스의 사업은 창작자, ISP, 기기 제조사 등 다양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런 파트너십 정신이 있기에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며 "CP와 ISP가 각자의 의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동반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같은날 네트워크 투자 주제와 관련된 장관급 세션에 참석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부문 부사장도 패널 토론에서 '파트너십을 통한 성장'을 언급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서로 공감하는 전제를 확인하는 데에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며 "ISP와 CP는 상호이익 관계이며, 양자 간 파트너십을 이어나가면서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보다 명확하게 살펴보면 성공적인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